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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 Jun 14. 2024

구르지예프 변형의 춤 & 수피 춤

자신의 중심축으로 돌고 있었다



어떻게 뒤를 보지 않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을까.


얼마 전 관람했던 구르지예프(Georgii lvanovich Gurdzhiev)+ 무브먼트, 그 감상으로 누군가는 이런 질문을 던졌다. 그 누군가는 그날 공연에서 우연처럼 뵈었는데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관람이라고 표현했지만 나도 거기에 참여했다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이 공연도 당일 누군가의 취소로 내가 볼 수 있었다)

그 질문이 한동안 마음에 남았다.




지금의 나를 '자각'할 수 있는 힘



동작들은 언뜻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고도의 집중을 요하는 복잡하고 정교한 동작과 리듬으로 구성되어 있다. 머리, 팔, 손, 발을 서로 다른 박자로 움직여야 하기에 자칫 잠깐만 의식을 흩트려도 끊어지거나 어긋나게 된다. 박자와 동작을 의식적으로 끊임없이 선택하는 과정, 움직이는 명상이다. 옆 사람이 어느 정도 거리에서 움직이고 있는지 가늠하며 자신의 움직임에 고도로 집중한다.


이날 공연 전에는 소설가 캐서린 맨스필드(Katherine Mansfield)도 잠깐 언급되었는데 그녀는 구르지예프의 철학이 자신의 생각과 유사하다고 느끼고 삶의 마지막 시간을 프랑스 퐁텐블로에 있는 구르지예프 연구소에서 보내며 이 움직임을 끊임없이 들여다보았다고 한다. 죽기 전 3개월가량을 이 움직임을 보고 또 보았다고 한다. 실제로 이 움직임에서 얻은 통찰은 그녀의 마지막 작품에도 영향을 미쳤다.


구르지예프의 가르침의 핵심은 자기 성찰, 자기 인식과 인간의 잠재력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의식적으로 살지 않으면 기계와 다를 바 없다는 그의 철학의 핵심이 무브먼트에 잘 녹아있다.



춤을 추는 자가 사라지고 나면 춤만 남는다. 춤조차 사라지고 나면 남는 것은 오직 침묵뿐.  



공연이 끝난 뒤 무대



https://youtu.be/5FDMN_yKrW8?si=8VQQhk-FHgnGQAkH

Multiplication 13





나는 이 공연을 보면서 터키에서 봤던 세마 춤을 떠올렸다. 내가 시간 감각을 잊고 가장 오랜 시간 몰입할 수 있었던 공연이다. 아주 예전에 부르사에서 보았을 때 순간에 몰입한 사람들의 얼굴이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잘 잊히지 않았다. 고요한 희열, 딱 그 단어가 떠올랐다.

 


하나하나의 꽃이 피어나는데 전체의 조각이 되는 느낌이다. 고요하고 아름다웠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든 시간의 조각이 한 그림에 있다.








배워보고 싶었다. 코냐를 뒤지고 다니며 여자도 배울 수 있냐고 물어봤는데 못 찾다가 막판에 한 곳을 찾았다. 한국으로 돌아오기 하루 전에 찾아서 비록 배우지는 못했지만 그곳에서 만난 인연들은 내게 여자들이 뱅글뱅글 돌고 있는 세마 춤을 공유해 주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았다.  



@ hiçhane (코냐에 있는 커뮤니티 센터, 여기서 가끔 여자 수피 댄스도 가르쳐준다. 혹시 코냐 가시면 관심 있으신 분 가보세요.)

https://www.instagram.com/hichaneinsanmerkezi?igsh=eWsxaTZpd25raXU=




그런데 한국에도 있었다. 세마 춤추는 분. 이분은 인도 까딱 댄스 전문가이시고 수피댄스(세마)의 안무를 창작하고 지도하신다. 지난해 겨울에 루미 기일에 맞춰 연 행사에 가서 함께 춤을 추고 루미의 시도 들었다. 루미의 <태양시집> 원본을 국내 초역 발간했다. 나의 '즉흥' 눈 인터뷰에 11번째 손님이셨다.  




 https://brunch.co.kr/@angegardien/380



 


아래는 <태양시집>은 아니고 다른 곳(아마 루미시초.였을 거다)에서 본

내가 좋아하는 루미의 시다. 수피 댄스 볼 때마다 한 번씩 떠올리게 된다.




그대의 춤


그대 빛에서 사랑하는 법을 익히고

그대 아름다움에서 시를 짓는 법을 배운다


아무도 그대를 보지 못하는

내 가슴속에 숨어 추는 그대의 춤을


나는 가끔 들여다보고, 그것은

이렇게 나의 노래가 된다



루미







자신의 중심축으로 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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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르지예프; 1866년, 당시 러시아에 속했던 알렉산드로폴(오늘날 아르메니아의 가우므리)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그는 터키의 카르스에서 성직자가 되기 위한 훈련과 내과의가 되기 위한 수업을 받았다. 그러나 인간 삶의 다양한 측면들을 경험하고 깊은 의문들을 품게 되면서 약 15년간 이집트를 거쳐 중앙 아시아와 중동 지역을 두루 여행했는데, 특히 유럽인들에게 개방되지 않았던 외딴 지역들을 찾아다녔다. 이 시기에 그가 만났던 놀라운 사건들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 바로 <놀라운 사람들과의 만남>이다. 이른바 ‘무브먼트’로 알려진 ‘신성무’를 처음 접한 것도 이 시기였다. 구르지예프는 이 춤들이 상위의 우주적 지식을 표현해줄 수 있는 언어로 사용될 수 있음을 깨닫고, 오랜 여행을 마치고 유럽에 정착한 뒤부터 이 신성무를 중심으로 가르침을 펴기 시작했다. / '놀라운 사람들과의 만남' 중에서 




++ 수피춤(세마 춤); 터키의 수피 무슬림 전통에서 유래한 춤이다. (13세기 페르시아 출신 시인 루미의 가르침에서 출발) 끊임없이 회전하는 동작이 특징인데 이는 우주의 회전과 일치, 조화를 상징한다. 춤을 추는 동안 공연자는 오른손을 하늘로, 왼손을 땅으로 향하게 하여 신성한 에너지가 몸을 통해 흐르는 것을 나타낸다. 공연은 전통적인 음악과 시로 구성되며 주로 터키의 고전 음악과 수피 시인 루미(Rumi)의 시가 사용된다. 음악은 북, 피리, 현악기 등의 다양한 악기로 연주되는데 오늘날 세마 춤은 터키의 여러 도시에서 관광객들에게도 공개가 되어 쉽게 접할 수 있다. 매년 12월 코냐에서는 루미의 기일을 기념하여 축제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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