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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균의 코드블랙 Sep 04. 2022

소소한데 우주적인 글 [소,우주]


직업상 항상 시간에 쫓겨 글을 써야하니 다른이의 말을 경청할 마음은 있어도 그럴 여유가 없을 때가 더 많다. 그런데 경청의 순간은 느닷없이 찾아오곤 한다.


지금으로부터 7년 전 동네 칼국수 집에서 있었던 일이다. 자리가 없어 합석을 하게 되었는데 맞은편의 사람은 노출이 심한 옷에 요란스런 색조화장을 하고 있었다.


코를 찌르는 향수 냄새에 나는 금방 머리가 아파졌다. 그녀는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것 같았다. 나는 고갤 돌리고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어서 다른 빈 자리가 나길 바라면서.

 

'반찬은 셀프.'


반찬을 덜어오다가 어쩌다보니 그녀의 것까지 가져다 주게 되었다. 꾸벅 인사. 그리곤 날 보며 씩 웃었다. 순진한 미소에 경계심이 반쯤 풀렸다. 그리고 대화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중국 심양에서 온 밍밍(가명)의 하루 일과는 저녁부터 시작됐다. 지하 1층 그녀가 일하는 마사지샵에는 햇빛이 들지 않았다. 밤새 일을하다 한낮이 되어 정액 냄새가 진동하는 안마 침대에서 잠이 들었다.


방의 구분은 얇은 나무 합판이 전부였다. 밍밍의 방은 가장 구석에 있었는데 옆방의 신음소리가 그대로 들린다고 했다.

 

마사지업소에는 중국에서 온 또래 친구가 많았다. 쉬는 날이면 친구와 쇼핑을 하거나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밍밍은 네일샵을 차리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우린 가게 앞에서 헤어졌다. 밍밍은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맙다고, 아까처럼  웃어주었다. 그녀웃고 있었지만 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사랑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우리가 알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니..

*원래는 지극히 사소하지만 흡사 우주적인(?) 에세이를 써보려고 했는데 잘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전에도 종종 칼럼을 쓰긴 했지만 앞으론 '소,우주'란 이름을 붙여 매주 정기적으로 써보려 합니다. 일상다반사가 주된 소재가 될 듯 합니다. 좀 힘을 뺀 글을 써볼 생각입니다.


(관심과 댓글 조언을 부탁합니다. 구독도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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