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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 대상자가 되었다

by 김양균의 코드블랙

회사 나오지 마라


오늘 내게 있었던 일이다. 사연인즉슨 이러했다. 점심식사 후 회의를 하고 있는데, 회의실 문이 벌컥 열렸다.


“지난 주에 누가 국회 갔었지?”


“저랑 얘(후배)요.”


“회의 끝나는 대로 귀가해.”


“네?”


국회에서 토론회가 있었고, 참석자 중 한 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야당 유력인사도 검사를 받으러 가는 상황에서 각 매체별로 야당 출입기자들은 사무실 출입금지 조치가 내려지고 있었다. 본회의마저 취소되었다.


후배를 집에 보내고 나는 급한 대로 마스크를 착용한 채 남은 업무를 보았지만, 일이 손에 잡힐 리 만무했다. 서둘러 집에 돌아오는 길, 심란했다. 점심을 함께 먹었던 동료들부터 내가 거쳤던 카페 등등이 떠오르며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나는 매일 일어나는 일을 글로 써 먹고산다. 의학 분야를 담당하는 탓에 요즘은 코로나19의 기사를 쓰고 있다. 각종 수치와 통계로 나타난 바이러스의 실체는 순식간에 내 가까이 다가온 것이다. 약간 두려움이 느껴졌다. 동시에 궁금했다. 내가 써 내려갔던 수많은 글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을까, 공포를 심고 있을까.


집에 돌아와 밥이 익는 동안 물을 데웠다. 차가 우려지는 동안 이메일을 열어보니 행사에 참여했다는 국회의원으로부터 전자우편이 와 있었다(국회에 적을 둔 기자들에게 주르륵 뿌린 보도자료였다). 편지의 시작은 다음과 같았다.


저는 오늘 코로나19 검사를 받았습니다


아니, 어쩌라고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혀 삭제해버렸다. 하루 평균 전국에서 실시되는 코로나19 진단검사는 5000건이나 된다. 이 정치권 유력인사는 과연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을까, 아니면 줄을 건너뛰고 먼저 검사를 받았을까?




좀비 영화의 공통점은 극한 상황에서 발현되는 인간의 본성이란 어떠한지를 묘사한다. 실체가 보이지 않는 감염병이 유행하면 그 사회의 민낯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나는 코로나19 이후가 두렵다. 혐오와 루머, 그리고 증오의 불협화음이 남긴 흔적은 우리를 더 성숙하게도 할 수도 그 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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