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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는 공포와
달라붙어 있다

by 김양균의 코드블랙


인포데믹 : 정보(information)와 감염병유행(epidemic)의 합성어. 세계보건기구(WHO) 코로나19의 대유행 국면에서 정보의 홍수를 맞아 옳고 그른 정보가 뒤섞여 정말 필요한 올바른 정보를 선별하기 어려운 상황을 인포데믹이라고 명명했다. 즉, 코로나19에 대한 가짜뉴스나 악성루머가 퍼지는 현상을 말한다.


재정당국과 제약회사가 참여한 코로나19 관련 회의 결과를 정리했다는 내용의 이미지가 모바일 메신저 및 SNS에서 확산됐다. 해당 부처는 제약회사 사장단과 회의를 한 사실 자체가 없었다. 코로나19 완치가 된 후 폐 손상이 심각하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었다.


이런 일도 있었다. 미국 하원의원이 “한국은 단일 면역글로블린항체만 검사, 미국은 복수 항체를 검사”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우리나라 진단도구가 믿을 수 없다는 취지의 언론보도가 다수 쏟아졌다. 그런데 이것은 조금만 알아보면 사실과 다름을 알 수 있다. 이 하원의원이 언급한 것은 항체검사법으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실시간유전자증폭검사법(RT-PCR)과 무관하기 때문이다. 미국 하원의원의 단순 착각이 사실로 굳어진 기막힌 해프닝이었다.


경기도 한 교회. 교회는 신도들에게 “소금물을 입에 분사하면 코로나19 전파를 차단할 수 있다”며 예배를 강행했다. 헛된 믿음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곳에서 예배를 본 신도 가운데 대거 확진환자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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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잘못된 정보는 바이러스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

-방역당국


코로나19에 대한 가짜정보가 온·오프라인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유명순 서울대보건대학원 교수팀이 2월25일부터 28일까지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조사 결과는 의미심장하다. 최근 일주일 동안 코로나19 관련 정보와 뉴스를 얼마나 찾아봤느냐 질문에 응답자의 74.8%가 “자주 찾아보았다”고 대답했던 것이다.


전국미디어리터러시교사협회(KATOM)는 코로나19 정보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불필요한 공포와 불안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보의 출처를 확인하고, 정보가 왜곡된 것은 아닌지를 확인하는 습관이 요구된다. 또 그 정보가 과연 전문가의 견해인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부정확한 루머나 거짓정보를 카카오톡이나 SNS로 공유하는 것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요는 침착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바이러스는 공포를 먹고 자란다


유명순 교수팀의 ‘코로나19 국민 위험인식 조사’부터 잠시 언급해본다. 최근 일주일간 코로나 관련 혐오표현을 듣거나 본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58.4%가 “있다”고 대답했다. 혐오 대상은 중국인이 66.4%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바이러스 감염확진자(46.2%), 확진자가 발생한 특정 지역명(42.9%) 순서였다.


응답자의 67.5%는 본인이 살고 있는 곳에 확진환자가 생기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절반이 넘는 응답자들은 “내가 확진자가 될까봐 두렵다”고 응답했다(63.5%). 그리고 다음의 답변은 여러 시사점을 낳는다. “내가 확진자가 됐을 때 주변으로부터 비난, 피해를 받는 것이 두렵다”(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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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발표를 바탕으로 신천지 연관 확진자의 동선을 기사로 쓴 적이 있다. 이런 댓글이 달렸다. “그냥 죽으세요.” 트라우마를 전문으로 하는 한 정신과 의사는 내게 다음과 같이 말해주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것 때문에 여론의 비난을 받게 되면 환자는 심각한 정신적 후유증을 겪게 됩니다. 사회적 비난이 두려워 진단검사에 소극적이거나 거부할 수도 있어요. 그럴 경우 추가 감염이 더욱 크게 발생할 수 있죠. 결국 확진자를 향한 증오와 혐오는 공동체 전체의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단 겁니다.”


바이러스는 공포를 자양분 삼아 더욱 퍼져나가고, 확산의 가속도는 또 다른 공포에 기인하며, 이는 루머를 양산한다. 결국...


바이러스와 공포는 딱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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