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흘러 37살이 되었다.
37살에는 아이를 갖자고 노력하는 시기가 지나고 육아를 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남편 옆에서 음악학원을 개원할 목표를 가지고 미뤄왔던 공부를 하여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었던 때이다.
내 삶의 목표도 정해짐에 따라 심적으로도 안정되어 갔고, 힘든 일을 함께 겪어감에 따라 남편과의 사이가 믿을 수 없을 만큼 끈끈해졌다. 부부라기보다 잃은 몸의 반쪽 같았다.
그리고 엄마가 아빠를 잃었던 나이임을 자각했을 때, 다시 한번 더 엄마 인생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나의 육신이 고달파졌을 때, 의지할 이 하나 없는 마음, 간절히 잘 키우고 싶은 너무 이쁜 자식들이 있음에도 의논할 수 있는 내 편이 없다는 마음, 소소하게 하루의 일상을 대화할 수 있는 이가 없다는 마음.. 그 어떤 것도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결핍이었다.
내가 뭐라고 감히 엄마의 인생을 논하겠냐마는 딸인 내 눈에 엄마가 내 소중한 딸 같았다. 내 소중한 자매 같았다.
그렇게 내 마음의 상처를, 엄마를 통해 화해하고 싶어졌다.나와 마주한다는 건 상대와 마주한다는 걸로 이어진다.
그리고 엄마한테 지난 나의 이야기들과 마음을 터놓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자신의 잘못을 부정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다 어느 날 엄마에게 또 한 번 지난 일을 꺼내 이야기하고 오던 날 장문의 문자를 받았다. 미안했다고 그저 남들에게 손가락질받지 않게 키우고 싶었는데 그게 엄하게 키우게 된 것이라고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너무 잘 몰랐다고.
세상에서 가장 사랑한다고.
용서하라고, 마음에 담으면 네가 아프니까 잊으라고.
그렇게 나는 엄마를 엄마가 아닌 사람이자 여자로 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야 이렇게 책으로 감사함을 전한다.
그 힘든 순간에도 우리를 포기하지 않고 책임을 다해서 길러주셔서 감사하다고. 나였다면 내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들어 다 포기하고 도망갔을 거라고. 돈 돈 거리던 그때의 엄마의 불안을 너무 이해한다고. 엄마의 삶 안에서 우리를 잘 키워내기 위해 사람들과 싸움도 마다치 않고 용기 내 다퉈 주셔서 감사하다고.
우리 남매를 착하고 건강하게 잘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