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면서 마감 며칠 전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이 있다.
엄마와 대화하던 중 물어보았다.
“엄마, 내가 호주에서 대학원 다닐 거라고 했잖아. 그때 어땠어?” “어떻긴 어때? 거기서 외국인 만날까 봐 큰일 났다 했지.” “어? 별말 안 했잖아.” “그래서 남자 친구가 호주에 너 보러 간다고 했을 때, 꼭 희숙이 데려와라 그랬지.”
며칠 전 남편과 대화하던 중 물어보았다.
“글을 쓰다가 느낀 건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어. 엄마는 그렇게 보수적이고 엄하셨는데, 어떻게 내가 호주에서 와서 너랑 새벽에 진해로 내려간다는데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보낼 수가 있지? 너도 알다시피 전혀 엄마답지 않잖아.”
“내가 엄마한테 너 한국 오면 바로 진해 데려간다고 했지.” “언제?” “너 호주 있는 동안 제수씨가 아기 낳아서 병문안 갔었을 때, 그때 체육관 이야기하면서 앞으로 네가 오면 어떻게 할 거라고 동생이랑 장모님께다 말씀드렸었지.” “뭐라고? 그럼 나 오기 전에 우리 가족이랑 다 이야기가 끝났던 상황이었던 거야? 그런데 왜 나한테 말 안 했어?”
“너한테 말할 시간이 어딨었어? 그때 너는 호주 있었고, 오자마자 진해 오게 됐는데.” “.....”
‘내가 어떻게 이렇게 몰랐었을 수가 있지? 어떻게 이렇게 인생이 흘러갈 수가 있지?’ 한동안 어안이 벙벙했다.
엄마는 내가 호주만 아니었으면 된 거였다.
나에게 한 번도 말하지 않았던 진심은 10여 년이 지난 뒤에나 나에게 흘러들어왔다.
호주에서 살게 되면 영영 딸을 잃을까 봐 걱정이 되셨던 거였다.
그래서 남자 친구에게 나를 데려와달라고 부탁했고 우연히 상하이 일이 잘못되면서 정말 엄마 말대로 되어버렸고 호주보다 진해가 더 낫다고 여겼던 어머니는 그렇게 아무 말 없이 나를 보냈던 거였다.
내가 호주에서 살겠다 했을 때 아무 말씀 하지 않으셨던 것처럼, 진해로 바로 내려가야 한다고 했을 때 아무 말씀 하지 않으셨다.
걱정은 되면서도 말씀은 하지 않으시고 그저 속만 상하셨다 하셨다. 내가 무얼 하든 별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던 엄마 마음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고, 처음에 그 말을 듣고 나서는 엄마 때문에 내가 얼마나 진해 와서 힘들었는지 아냐고 화를 내었지만, 결국은 알지 않는가.
우연과 필연, 의도와 운이 관계에 미치는 영향 또한 내 선택의 바탕일 뿐, 가장 중요한 선택은 나의 선택이고 그에 의해 만들어진 나의 현재임을.
그래서 지금은 너무 감사하다.
우연과 필연, 의도와 운이 그 찰나에 나의 선택에 의해 만들어진 그 과거가 없었더라면, 지금 나의 가장 최고의 가족인 엄마와 남편이 지금 현재에 없을 수도 있었지 않은가.
생각만 해도 콧잔등이 시큰해져 와 울컥하는 감정이 주체가 안 되니 정말 어쩔 뻔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