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희숙 Oct 27. 2024

시간의 걸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지 않다.

 글을 쓰면서 마감 며칠 전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이 있다.     


 엄마와 대화하던 중 물어보았다.

엄마내가 호주에서 대학원 다닐 거라고 했잖아그때 어땠어?” “어떻긴 어때거기서 외국인 만날까 봐 큰일 났다 했지.” “별말 안 했잖아.” “그래서 남자 친구가 호주에 너 보러 간다고 했을 때꼭 희숙이 데려와라 그랬지.”     


 며칠 전 남편과 대화하던 중 물어보았다.

글을 쓰다가 느낀 건데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어엄마는 그렇게 보수적이고 엄하셨는데어떻게 내가 호주에서 와서 너랑 새벽에 진해로 내려간다는데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보낼 수가 있지너도 알다시피 전혀 엄마답지 않잖아.”

내가 엄마한테 너 한국 오면 바로 진해 데려간다고 했지.” “언제?” “너 호주 있는 동안 제수씨가 아기 낳아서 병문안 갔었을 때그때 체육관 이야기하면서 앞으로 네가 오면 어떻게 할 거라고 동생이랑 장모님께다 말씀드렸었지.” “뭐라고그럼 나 오기 전에 우리 가족이랑 다 이야기가 끝났던 상황이었던 거야그런데 왜 나한테 말 안 했어?”

너한테 말할 시간이 어딨었어? 그때 너는 호주 있었고오자마자 진해 오게 됐는데.” “.....”     


 내가 어떻게 이렇게 몰랐었을 수가 있지어떻게 이렇게 인생이 흘러갈 수가 있지?’ 한동안 어안이 벙벙했다.    

 

 엄마는 내가 호주만 아니었으면 된 거였다

나에게 한 번도 말하지 않았던 진심은 10여 년이 지난 뒤에나 나에게 흘러들어왔다.

호주에서 살게 되면 영영 딸을 잃을까 봐 걱정이 되셨던 거였다.

그래서 남자 친구에게 나를 데려와달라고 부탁했고 우연히 상하이 일이 잘못되면서 정말 엄마 말대로 되어버렸고 호주보다 진해가 더 낫다고 여겼던 어머니는 그렇게 아무 말 없이 나를 보냈던 거였다.    

 

 내가 호주에서 살겠다 했을 때 아무 말씀 하지 않으셨던 것처럼진해로 바로 내려가야 한다고 했을 때 아무 말씀 하지 않으셨다.     


 걱정은 되면서도 말씀은 하지 않으시고 그저 속만 상하셨다 하셨다내가 무얼 하든 별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던 엄마 마음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고처음에 그 말을 듣고 나서는 엄마 때문에 내가 얼마나 진해 와서 힘들었는지 아냐고 화를 내었지만결국은 알지 않는가  

   

 우연과 필연의도와 운이 관계에 미치는 영향 또한 내 선택의 바탕일 뿐가장 중요한 선택은 나의 선택이고 그에 의해 만들어진 나의 현재임을.     

그래서 지금은 너무 감사하다    

 

 우연과 필연의도와 운이 그 찰나에 나의 선택에 의해 만들어진 그 과거가 없었더라면지금 나의 가장 최고의 가족인 엄마와 남편이 지금 현재에 없을 수도 있었지 않은가.     

생각만 해도 콧잔등이 시큰해져 와 울컥하는 감정이 주체가 안 되니 정말 어쩔 뻔했는가.                                        


이전 25화 인생을 함께할 사람이 없다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