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처럼 어디서든 잘 정착하는 미국 이민자의 삶
이 영화는 미국 호주에서는 이미 개봉한 영화이고 한국에는 3월 3일에 개봉할 예정이다. 그래서 스포일러 없이 써본다.
미국에 사는 한국 이민자에 삶을 다룬 영화이지만 인종차별 같은 사회적 갈등이 아닌 가족에 초점을 두고 있다.
영화 한 줄로 요약하면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 이민자 가족에게 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신기하게도 이민 간 사람들뿐 아니라 누구라도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족 간에 벌어지는 소소한 갈등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소소한 이야기이지만 충분히 감동으로 다가올 수 있는 것은, 우리들 인생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에서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타고 이사를 가는 가족이다. 운전하는 아빠 제이콥(스티븐 연), 옆에 엄마 모니카(한예리)가 앉아있다. 그 뒤로 누나 앤과 막내아들 데이빗는 창밖을 쳐다보고 있다.
그들이 달리는 길은 사방에 온통 풀만 가득하다. 시골 중에서도 시골이다.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에 풀밭 위에 덩그러니 트레일러 바퀴가 달린 집 하나가 있다.
1980년대, 이들은 낯선 미국 아칸소로 떠나온 한국 이민자 가족이다.
10년간 캘리포니아 병아리 감별사로 일을 해서 생계를 꾸리고 살았지만 아빠는 꿈이 있다. 가족들을 위해서 뭔가를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한국 농장을 만들어 야채를 한인 가게에 파는 사업을 하고 싶다. 그래서 땅이 비옥한 이 낯선 시골에 온 것이다.
엄마 모니카는 아빠에 가족을 위한 그런 꿈은 이해를 하지만 현실이 너무 가혹하다. 촌구석에서 아는 사람도 없이 사는 것은 너무한 거 같다. 게다가 막내 데이빗은 심장이 좋지 않아 위급할 때는 바로 병원에 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사 온 첫날부터 대판 싸우는 아빠와 엄마이다. 그동안 쌓였던 감정들이 폭발한 것이다. 그래도 아빠는 엄마를 설득해서 이곳에 잘 지내기로 한다.
엄마 아빠 둘 다 병아리 감별사로 일을 하고 있다. 아빠는 직장을 뺀 모든 시간을 투자해 밭을 일구어 농작물을 심고 키운다. 열심히 하지만 농장물에 물을 대주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친다.
한편 모니카는 한국에 있는 엄마를 데리고 올 예정이다. 그래서 부부가 일하러 간 사이에 두 아이들을 돌보아줄 수 있고 외로운 이민 생활에 의지를 하고 싶다.
드디어 순자 할머니(윤여정)가 딸 집에 도착했다. 모니카는 엄마를 맞이하기 위해서 특별히 LA 갈비도 준비하고 아이들과 이쁜 옷을 입고 맞이한다.
할머니는 고춧가루, 멸치 등 바리바리 싸왔다. 한국 음식이 그리웠던 모니카는 엄마를 보니 좋고 음식들을 보니 더 울컥하다.
밤에 오줌을 싸는 데이빗을 위해 할머니가 한약도 챙겨 왔다. 하지만 쓰다고 먹지 않는다. 한약을 먹은 척하고 자신에 오줌을 한약 그릇에 담는다. 그리고 순자 할머니에게 건넨다. 순자는 물인 줄 알고 그냥 마시다가 오줌인 것을 알아차리고 식겁한다.
이 사실을 안 아빠는 데이빗을 앉혀놓고 훈계를 한다. 그리고 벌을 받아야 하니 회초리를 꺼내오라고 한다. 회초리를 꺼내오다가 부러진다.
옆에서 손주를 끔찍이 아끼는 할머니는 사위를 말리며 데이빗을 감싼다. 하지만 아빠는 밖에 나가서 가져오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한참을 밖에서 나뭇가지를 찾던 데이빗은 결국 강아지풀 한 포기를 가져온다. 순자는 데이빗이 똑똑하다면서 네가 이겼다고 하면서 껴안고 방으로 들어간다. 귀여운 데이빗을 보는 맛이 쏠쏠하다.
순자는 한국에서 가져온 미나리 씨를 집 근처 물웅덩이가 있는 곳에 심는다. 그리고 데이빗과 함께 그곳에서 미나리가 자라는 것을 지켜보면서 시간을 보낸다. 할머니는 풍성하게 자라는 미나리를 보면서 이렇게 말한다.
미나리는 어디서든 잘 자라
이 영화가 좋은 점은 이민자에 성공 스토리 그런 것보다는 현실을 살아가는 한 가정에 모습을 진솔하게 보여준다는 것이다.
아빠는 농작물을 잘 키워서 결과물을 만들고 싶다. 그 결과가 가족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열악한 시골로 이사를 왔고 고생하면서 밭을 가꾸고 야채들을 키운다.
엄마는 심장이 좋지 않아서 뛰지도 못하는 아들이 항상 걱정이다. 남편은 가족을 위한다고 하지만 왜 자식과 아내가 원하는 것에는 신경을 안 써주는 것 같아 서운하다.
엄마는 직장 일에 집안일에 아이들 챙기느라 바쁘고 아빠도 직장 일에 농장 작업에 바쁘다. 서로 열심히 살지만 현실이 만만치가 않다. 농사짓는 일에 계속 어려움이 찾아오고 좀처럼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큰딸과 막내아들은 현지 교회 친구들과 사귀며 잘 적응하면서 지낸다. 역시 아이들에 적응력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미나리급이다.
둘은 할머니와 보내는 시간 동안 정이 붙어 서로 아끼며 챙겨준다. 데이빗 장난기는 영화에 귀여움과 재미를 불어넣어 준다.
순자는 오로지 딸을 위하는 마음으로 미국에 왔다. 이쁜 손주와 지내는 것은 좋지만 모든 것이 낯설고 외롭다. 딸을 도와준다고 해도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다. 그래도 미나리가 자라는 것을 볼 때는 왠지 뿌듯하다.
3대가 미국에 적응해가면서 일상을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도전에 직면한다. 작은 문제가 생기면 그것을 넘어가야 한다. 열심히 산을 넘어가지만 또 다른 산이 보인다.
각자 다가올 좋은 날을 생각하며 안간힘을 썼던 가족들에 이야기. 그 이야기가 우리들 삶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어디서든 잘 자라는 미나리처럼
우리들 인생이 어디서든 잘 자라고 있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바로 성공이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 살아있다는 것이
바로 성공에 결과물이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본다면 잔잔한 감동을 느끼기에 좋은 영화이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