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 공동체 미사를 준비하며 J와 아주 친해졌다. 지도 신부의 구박 속에서 우는 날도 있었는데 힘들 때마다 J가 옆에서 힘이 돼주었다. 미사 준비에 최선을 다해 도와주었는데 함께했던 청년들은 우리 둘이 연애를 한다고 의심했다. 나는 J가 허세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누나들이 놀리는데 한쪽 손을 주머니에 넣고 건방진 자세를 취하며 맞춰 주는 모습에 조금 특이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와 연애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내가 다시 남자를 만나면 주님이 정해 주시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J가 그렇게 나에게 왔다. 어느 날 그가 내가 사는 동네에 와서 나를 불렀다. 그와 단둘이 술을 마시러 갔다. 그때 그가 나에게 말했다.
“우리 사귈래?”
분위기에 따라 그와 자연스럽게 손을 잡았다. 이상하게도 싫지 않았다. 나도 분위기에 그냥 휩쓸린 건가? 술기운 때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다음 날 그가 나를 불러 해명했다. 입장을 정리하고 싶다면서 묻지도 않은 자신의 장단점을 말했다. 술기운에 손을 잡은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나 보다. 그때부터인지 그가 귀여워 보였다.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려고 한 것인지 나에게 관심이 있다는 감정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와 ‘썸’을 타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성당 지인들과 홍대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그는 걱정이 된다며 내가 있는 곳에 찾아와 주었고, 그렇게 점점 그에게 마음이 가기 시작했다. 사람의 마음은 참 신기하다. 별로라고 생각했던 마음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사랑도 타이밍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았다.
그는 말도 참 예쁘게 했다. 데이트를 하면 “오늘은 10점 만점에 몇 점이야?”라며 나의 점수를 확인했다. 나를 편하게 해주려고 하는 그 마음이 너무 예뻐 보였다. 나도 모르게 그에게 점점 스며들었다. 그의 마음은 순수하게 다가왔고 나를 행복하게 해주었다. 그는 내가 첫 연애라고 했고 표현하는 것에 낯설어했다. 나는 표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알려주었고 그도 점차 표현을 아끼지 않았다. 연락을 잘 하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답답하긴 했지만 내가 잘 알려 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는 연락에 인색한 사람이었다. 어디를 가면 간다고 말해 주지 않는 날들이 많았고, 그럴수록 나의 예민함은 날로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