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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버라이닝 Jul 08. 2024

너 티야?

큐티 프리티 귀티


그림 속 두 명의 여인에게서 귀티가 난다. 한낮의 카페, 단정하고 차분한 옷을 입고 안경을 걸친 여인들의 대화는 수다스럽지 않아 보인다. 동시에 말하지 않고, 말하는 이와 들어주는 이가 있어 여유 있고 안정적이다.



얼마 전 '귀티'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남인숙 작가의 <어른수업>에 나온 내용의 일부라고 했다. 정확히 말하면 '귀티 나는 사람'의 특징에 대한 이야기였다. 책에 의하면 귀티 나는 사람에게는 3가지 특징이 있다고 했다. 


첫째, 약속장소에 15분 전에 도착한다. 귀족은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므로, 언제나 시간의 여유가 있다. 어느 장소이든 땀을 흘리며 허겁지겁 등장하지 않는다. 늦어서 미안하다고 사과할 일도 없다.


둘째, 대화를 독식하지 않는다. 발언권을 가지는 귀족은 말할 권리를 얻었을 때 지금이 아니면 말을 못 할 것처럼 줄줄이 할 말을 나열하지 않는다. 여유 있게 듣고 간단히 말하되 말끝을 흐리지 않고 명확히 한다. 


셋째, 약간 불편해 보이면서 깨끗한 옷을 입는다. 당장 어떤 작업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편하고 헐렁한 옷, 혹은 방금 전까지 노동을 하다 온 것 같은 옷을 입지 않는다. 단정하고 깨끗하게 다림질한 옷을 입는다. 



이건 분명 경제적인 여유와는 다른 문제라는 걸 알 수 있다. 나이가 들 수록 책을 읽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티가 나듯, 부티는 나지만 싼티가 함께 묻어나는 사람이 가려지듯, 경제적 여유와 별개로 우아함과 귀티를 장착한 어른들은 점점 더 드러난다.


타인이 그렇게 보기까지 그들은 자신을 먼저 그렇게 대했으리라 여겨진다. 서두르지 않고, 입보다 귀를 열 줄 알며 단정한 몸과 마음을 유지하는 것부터가 나를 스스로 귀히 여기는 행동이자 곧 타인을 배려하는 태도이다.  오랜 시간 그 마음으로 열정과 도전, 성실과 절제, 존중과 배려, 사색과 내려놓음 같은 여러 철학을 직간접으로 경험한 사람들의 눈은 깊고 귀하다. 



누군가 나에게 '너 티야?'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는 중년이 되고 싶다.


응 나 티야. 순수함을 잃지 않는 큐티, 내외면의 아름다움을 위해 애쓰는 프리티, 나와 타인을 귀히 여기는 귀티.



작품 <암스테르담의 어느 식당> 안다은

큐레이션 @gonggan.goyoo #공간고유

<고유한 순간들-그림을 보고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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