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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의 성공

이름 모를 꼬치와 밍밍한 음료

by 실버라이닝


호텔에 짐을 풀고 곧바로 길을 나섰다. 건물 구경을 하며 5분 정도 걸으니 작은 백화점이 나타났다. 지하엔 우리나라처럼 푸드코트가 있었다. 중국어는 모르지만 역동적인 음식 사진들에서 음식 냄새가 풍기는 듯했다. 아직 배가 많이 고프지는 않아 간단하게 요기나 할 요량으로 각 음식 코너를 둘러보는데 테이블마다 핸드폰을 보며 배달을 기다리는 라이더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중국은 유니폼을 빨강으로 통일하는 것이 국룰인 줄 알았는데 온통 파란색이었다. 길에 워낙 빨강이 많아 오히려 대비되는 색을 써서 라이더들을 눈에 띄게 하려는 의도였을까? 친구가 중국 역시 코로나 이후로 배달문화가 급속하게 성장해 커피 한 잔, 숟가락 하나도 아주 저렴하고 신속하게 배달이 된다며 쇼핑을 하러 나간 지가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고 했다.


아, 진정한 배달의 민족은 중국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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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바퀴 둘러보니 꼬치 코너가 눈에 띄었다. 왠지 실패 확률이 적은 맛일 듯했다. 마라탕에서 재료를 고르듯 꼬치에 꽂을 재료를 고르라고 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생김새와 가격을 보며 몇 가지 골랐다. 친구가 옆에서 파파고로 메뉴에 적힌 중국어를 찍으며 대략 소고기나 돼지고기, 양고기를 구분해 주고 해산물과 소스, 매운 정도를 알려주었다.


결제는 QR코드로 순식간에 끝났다. 이게 바로 소문으로만 듣던 알리페이구나! 한국에서 알리페이 앱을 깔고 신용카드 등록만 마친 상태였다. 알리페이앱을 열고 QR 코드를 화면에 보이니 1초 만에 결제가 완료되고 승인 문자가 도착했다. 사용내역이 누적으로 나타나서 실시간으로 총액을 가늠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한번 결제가 되니 자신감이 붙고 든든했다.


약 1분 정도 기다리니 꼬치가 종이컵에 담겨 나왔다. 아들이 먼저 고기 종류를 먹고 나에게 어묵꼬치를 건네주었다. 살짝 짠맛에 마라 맛이 느껴졌다. 무엇을 먹든 마라탕 맛 아니면 양꼬치 향이 났는데 내 입맛엔 어묵 꼬치가 딱 맞았다. 아들의 손에 있던 종이컵은 어느새 내 두 손에 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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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금야금 길고 얇은 꼬치 막대기 끝이 하나씩 비어갈 무렵 음료수 코너가 나타났다. 친구말로는 곧 한국에도 론칭할 핫한 브랜드라니 기대감이 상승했다. 아들이 좋아하는 샤인머스캣 음료수를 골라한 모금 마셨는데, 어? 실패다. 그냥 샤인머스캣을 헹군 물 맛이었다. 녹차가 들어간다는 사실을 한입을 먹고 나서야 알았다. 밖으로 나와 걸어가는 동안 홀짝홀짝 마셔보려 했지만 결국 밍밍함을 참지 못하고 반 이상을 남겼다. 글로벌 핫템의 기준은 무엇인가. 웬만하면 다 맛있는 아들과 나에게 거절당한 의문의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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