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오츠, 하오츠
나에게 순댓국이 있다면 아들에겐 마라탕이 있다. 특별한 날이면 언제나 마라탕을 시켜 달라고 애교를 부리는 녀석이 중국에 왔으니 가장 먼저 먹어 보고 싶은 음식이 마라탕이었다. 언제나 숙주나물, 팽이버섯, 메추리알, 비엔나 소시지, 청경채 듬뿍에 면두부를 넣고 한 그릇 뚝딱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져서 심부름도 더 열심히 했다. 아들은 단골 배달 마라탕 집이 있을 정도로 애정이 깊었던 만큼, 본고장의 맛에 대한 기대도 컸다. 아들의 기대를 알기에 여행 둘째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호텔 앞 백화점 지하 푸드코트에 제일 맛있다는 현지 마라탕집에 발을 디뎠다.
언어가 중국어라는 사실 말고는 외관상 한국의 마라탕 집과 다를 게 없었다. 게다가 메뉴판 옆에 친절하게 순한 맛, 매운맛, 아주 매운맛이 한국어로 쓰여 있었다. 우리는 더 이상 볼 것도 없이 커다란 그릇을 들고 재료 코너로 직행했다. 평소처럼 좋아하는 재료를 한가득 담고 계산대에 올렸다. 둘이 합쳐, 13,000원 정도. 서민음식답게 한국에서보다 쌌다! 게다가 콜라와 아이스티가 공짜! 5분 만에 나온 현지 마라탕을 눈앞에 영접한 아들의 눈이 반짝였다.
자, 어디 한 번 먹어볼까?
후룩. 아들과 나의 눈이 마주쳤다. 맛있다! 국물 맛이 달라! 대박! 우리는 계속 고개를 끄덕이며 먹었다. 역시 원조는 다르다. 국물이 우리가 먹던 것보다 더 깊고 진했다. 특유의 향신료 냄새가 났지만 우리 입맛게 딱 맞았다. 우리가 늘 말하는 바로 그 감칠맛과 깊은 맛! 얼얼한 마라 특유의 풍미도 살아 국물과 완벽하게 어우러지니 젓가락을 멈출 수가 없었다. 둘다 왠만하면 서로 다른 재료를 하나씩 나눠먹곤 했는데 지금은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마라탕 먹는 일에만 집중했다. 음식 앞에 진심인 감성모자의 감탄은 그렇게 먹는 내내 멈추지 않았다.
하오츠, 헌 하오츠!
너무 맛있어서 식사를 마친 후 파파고를 검색해 직원과 사장님께 "하오츠!"라고 말했다. 사장님이 왠지 우리가 국물까지 싹 비운 걸 보고 흐뭇하게 웃는 것도 같았다. 돌아오는 길에 아들과 나는 동시에 외쳤다.
내일 또 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