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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 타고 대륙 탐험 시작

홍차오 공항

by 실버라이닝

"엄마, 나 대학생 같지 않아?"


커다란 캐리어 두 개를 부치고, 작은 가방에 핸드폰과 여권, 혹시 모를 지루한 시간을 버텨줄 닌텐도 게임기를 챙겼다. 아들과 단 둘이 떠나는 상해 여행은 이렇게 마치 대학생 둘이 떠나는 배낭여행 같은 기분으로 시작되었다.


"아 기대돼! 너무 재밌겠다."


어딜 가든 무엇을 먹든 걱정보다 감동하기 바쁜 감성 엄마와 아들의 상해 3박 4일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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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친구가 상해로 이민을 가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전화로 안부를 묻다가 최근 무비자 입국이 가능해졌다는 말에 충동적으로 비행기 티켓을 끊은 게 약 한 달 전이었다. 남편에게 아들과 둘이 다녀와도 되겠냐고 허락을 구하고 곧바로 비행기 티켓과 호텔을 예약하기까지는 채 2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는 여행을 까맣게 잊고 일상을 보냈다.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 어딜 갈지 뭘 먹을지 정하지도 못했는데 여행 가기 이틀 전이 되었다. 급한 대로 상해에 사는 친구에게 물어 앱만 몇 개 다운로드했다.


알리페이, 고덕지도, 파파고, 그리고 상하이 디즈니.


디즈니는 미리 사야 싸게 살 수 있다는 말을 한 달 전에 들었는데 게으름을 피우다 이틀 전에 사려니 개미콧구멍만큼 밖에 할인을 받지 못했다. 그래도 모자는 유튜브에서 상하이 디즈니 놀이기구 베스트 10을 보며 마냥 들떴다.


어느새 출국 전날. 퇴근하고 밤 10시가 되어서야 부랴부랴 짐을 싸는데 막상 특별히 넣을 게 없어 보였다. 겉옷은 각자 패딩 하나로 끝. 바지도 청바지와 면바지 각자 두벌씩에 셔츠와 스웨터도 이틀씩 입을 요량으로 대충 몇 벌만 챙겼다. 아들은 닌텐도 충전만 확인하고 잠이 들었다.


그래, 건강한 두 다리와 맛있는 음식을 먹을 입, 멋진 풍경을 담을 눈만 있으면 되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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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공항에서 두 시간, 중국 동방항공을 이용했다. 승무원은 친절했고 기대하지 않았던 기내식이 나왔다. 부드러운 고기가 들어있는 카레밥에 달달한 주스, 망고같이 생긴 과일과 초콜릿맛을 두른 견과류 덕분에 도착 전부터 상해가 좋아졌다. 상해는 그렇게 맛있는 음식으로 만남 한 시간 전에 우리 모자의 호감을 사버렸다.


홍차오 공항은 김포공항 보다도 한산했다. 다만 무비자 입국이 가능해지면서 입국 심사 시간이 오래 걸렸다. 1시간 반 정도 대기후에 입국 심사를 받고 드디어 중국 상해 안으로 발을 디뎠다.


공기는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처럼 겨울이었고 기온도 2-3도로 한국과 비슷했다. 내가 가지고 있던 습도와 안개, 탁한 공기에 관한 소문은 어느 도시에 관한 것이었나? 공기는 무색무취였다.


"어서 와! 줄 서느라 고생 많았지? 여기서 우리 집까지 택시로 10분밖에 안 걸려. 호텔 체크인하고 우리 집 가서 잠깐 쉬었다가 관광하러 가자."


친구는 남편이 중국에서 태권도장을 한 덕에 최근 상해로 이민을 왔다. 약 6개월 전에 이곳에 정착해 어느새 제법 중국어에 익숙해있었다. 카카오 택시를 부르듯 핸드폰으로 '디디'를 부르고 공항 주차장 근처에서 대기했다. 우리 말고도 많은 외국인과 현지인들이 디디를 기다리며 줄지어 서 있었다. 키가 고만고만한 우리는 군중 사이로 고개를 삐죽 내밀어 계속해서 들어오는 택시 번호를 확인했다.


"왔다!"


드디어 우리가 탈 디디가 도착했다. 택시 표시가 되어 있지 않고 일반차량처럼 생겨서 번호판을 열심히 보지 않으면 놓치기 쉬울 것 같았다. 그래서 친구도 늘 번호와 차량 색을 확인하고 차가 실시간으로 오는 거리를 계속해서 주시한다고 했다.


"니하오!"


인사를 하자 기사님이 중국어로 뭐라고 말을 건넸다. 아들과 나는 당황해서 친구를 쳐다봤다. 친구는 자연스럽게 중국어로 대답하고 우리에게도 기사님이 목적지를 확인한 거라고 알려주었다. 차가 깨끗하고 새 거라 그런지 승차감이 좋았다. 기사님은 핸드폰을 앞 좌석 거치대에 꽂고 출발했다. 조수석 의자 뒤엔 태블릿이 걸려 있어서 중국 드라마와 뮤직비디오, 뉴스를 선택해서 볼 수 있었다.


언어 외에는 한국의 택시와 특별히 다른 점이 없어 보였다. 앱도 아직 한국어는 사용이 안되지만 영어로 변환할 수 있어서 나도 충분히 이용할 수 있었다. 핸드폰에 파파고와 디디 앱만 있으면 어디든 여행할 수 있는 대륙, 그곳이 상해였다. 그래서 친구는 핸드폰 배터리가 목숨같이 중요해서 늘 충전기와 보조배터리를 가지고 다닌다고 했다. 특히 언어소통이 되지 않는 외국인은 앱이 없으면 불편하고 당황스러운 경우가 한국보다 훨씬 많다고.


공항 도로를 벗어난 디디가 호텔 쪽으로 들어서자 드디어 상해가 나타났다.


도로와 건물이 모두 넓고 크고 깨끗했다. 도시는 조용하고 차분했다. 길에 자전거와 전동오토바이를 타는 무리들이 한 번씩 지나가면 차들이 조용히 기다렸다가 움직였다. 중국인들이 자부하는 대륙의 여유란 이런 걸까? 숨통이 탁 트이는 기분이 들었다. 출퇴근 시간에 사람들 사이에 끼어 있다가 목적지에 도착해서 튕겨지듯 지하철 문을 빠져나온 것 같았다.


파파고의 도움을 받아 체크인을 한 후 방에 짐을 풀고 창문을 열어 잠시 동네를 구경했다. 이곳은 상해 중심이라기보다 국제학교가 모여 있는 외곽이자 가정집이 많은 동네였다. 이제 곧 찾아갈 곳은 차도 사람도 많을 거라고 친구가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대륙 탐험의 든든한 동반자, 디디를 호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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