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랑 통역 되나요?>라는 드라마에 푹 빠진 며칠을 보냈다. 6개 국어에 능통한 다중언어 통역사 호진과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되어버린 배우 무희가 주인공이었다.
오글오글, 두근두근한 로맨틱 코미디 호러 추리물의 드라마 자체도 재미있었지만, 등장인물들이 나누는 대화에 담긴 질문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호진이 아버지처럼 믿고 따르는 소설가 영환이 묻는다
-세상에 다른 언어가 몇 개인 줄 아나, 우리 통역사 선생님?
호진이 답한다.
-7,100개가 넘는 걸로 아는데요
영환이 말한다.
-땡, 아니야. 세상 모든 사람의 수만큼 있지. 사람들은 각자 다 자기 말을 해. 그러니까 서로 못 알아먹고 거꾸로 듣고 막말을 하지.
드라마를 보다 pause를 누른 채로 한참 앉아 있었다.
딸이 태어나고 지금껏 내 손으로 먹이고 안아 키웠다. 내 언어를 들려주고 내 생각과 시각을 공유했다. 나를 너무 닮으면 어쩌나 심각한 고민도 했다.
지난해부터 딸과 내 언어가 극명히 다르단 걸 느낀다. INFJ와 INTP. 극 F와 쌉 T의 언어 충돌은 자뭇 심각하다.
우울해서 빵을 샀다는 내게 빵이랑 우울이랑 무슨 관계냐, 병원에 가라 하는 딸.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거라는 나와 깰 수 있으면 깨도 그만이란 딸의 간극은 제법 크고 깊다.
드라마를 보다 그런 생각을 했다.
딸이 어렸을 때 어쩌면 최선을 다해 나에게 맞춰 준 건 아닐까. 엄마가 세상의 전부였던 어린아이가 자신의 언어를 내려놓고 내 언어를 이해하려 온 힘을 다했던 건 아닐까. 딸의 최선을 나는 ‘잘 통한다’는 한 마디로 퉁쳐버렸던 건 아니었을까. 그래놓고 이제와 넌 왜 이렇게 변했냐, 다르냐, 억울한 말을 포탄처럼 던진 건 아닌지….
사랑한다는 건 서로의 언어에 관심을 갖고 상대의 언어는 어떤 뜻인지 묻고 배워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그러다 내가 너의, 네가 나의 통역사가 되어 주는 일, 그게 사랑은 아닐지.
이제 딸의 언어는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궁금해하며 듣고 기다려 봐야겠다. 딸이 자신의 언어를 충분히 소개할 수 있도록.
이 사랑 통역 가능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