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라이프 코치다.
코치라고 하면 운동선수들을 지도하는 사람을 떠올리기 쉬운데 광범위하게 볼 때 비슷한 역할을 한다.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을 함께 나누고 고민하는 사람이란 점에서 그렇다.
코치로서 갖춰야 하는 많은 역량 중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 한다면 단연코 ‘경청, 듣는 힘’이다. 클라이언트가 명확히 드러내지 않은 많은 정보가 말속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공감력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코치의 경험과 지식에 빗대어 짐작, 판단하거나 평가하지 않고, 클라이언트의 감정과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공감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코치가 던지는 ‘질문’은 코칭의 꽃이 아닐까 한다. 하나의 질문으로 클라이언트는 완전히 새로운 관점을 갖기도 하고, 몰랐던 자신의 힘을 발견하기도 한다. 유레카가 터진다.
코치가 하는 질문이 특별한 이유는 이것이다.
코치 자신의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질문하지 않는다.
‘왜 그런 목표를 정했어요?’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됐어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라고 묻지 않는다.
코치는 마주 앉은 클라이언트의 존재를 궁금해한다.
‘그런 목표를 세운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그런 생각을 하는 당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관은 무엇인가요?’ ‘당신이 자주 언급하는 이 단어는 당신에겐 어떤 의미인가요?’라는 질문을 통해 자신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게 돕는다.
나의 가장 중요한 클라이언트는 딸이다. 적게는 일주일에 한 번, 많게는 이틀에 한 번씩 코칭을 받았으니 주 고객이라 할 만하다.
지난해, 열일곱이었던 딸은 수능을 치렀다. 학령기로 고등 1학년이었던 터라 우리 부부는 반대했다. 3년을 준비한 언니, 오빠들과 달리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딸의 실패가 두려웠다. 그런데도 딸은 강하게 추진했고, 결국 열일곱 인생에서 가장 쓴 맛을 보아야 했다.
눈물 콧물 쏟아내며 주저앉은 딸에게 나는 엄마가 아닌 코치로서 질문을 던졌다.
“모두가 어려울 거다, 힘들 거다, 반대하고 만류했던 시험이었어. 포기하고 싶었던 수많은 순간이 있었고, 원하는 성적이 나오지 않아 울었던 때도 정말 많았지. 그런데도 그 어려운 걸 해보겠다 결단했던 너는 어떤 사람이니? 너의 어떤 점이 그 과정을 포기하지 않고 통과하게 했어? 이 시험을 통해 너는 어떤 사람으로 변화했다고 생각해?”
질문을 받은 딸은 오랜 시간 홀로 고민했다. 하루, 이틀이 지나, 사흘 만에 딸은 툴툴 털고 일어났다.
“난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명확하게 아는 사람이야. 그래서 그 학교를 반드시 가야 했고, 꼭 가고 말 거야. 나는 내 삶을 스스로 꾸려가는 사람이란 걸 알았어. 그게 내가 가진 힘이야. 내 선택에 책임지는 사람이기도 해. 너무너무 힘들었지만, 수능시험도 쳐봤고, 논술 시험도 봤어. 그 덕에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놓쳤는지 알게 됐어. 뭘 더하면 될지 알 거 같아. 중간에 포기했다면 절대 몰랐을 텐데, 끝까지 해낸 덕분에 얻은 경험은 진짜 내 거야. 난 경험해 본 사람이 됐어,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