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by 에벌띵

몇 년 전 지인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 오십이 넘으니 기억력이 나빠지는 게 온몸으로 느껴진다고. 잊어버린 단어를 기억하기 위해 “거 뭐냐, 그거, 그거 있잖아”만 뺑뺑이 돌리 듯한다고. 그러다 떠오르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며 웃던 그분께 나는 “설마요” 했다.

지인이 옳았다.

영민한 딸과 대화하다 한참을 머뭇거리게 되는 날이면 머리를 쥐어박고 싶어진다. 희뿌연 머릿속을 거 뭐냐, 그거, 그거 있잖아 하며 헤매는 게 빈번하다. 스물일곱이 아닌 열일곱의 딸은 그런 나를 견딜 만큼 인내심이 출중하지 않다. 나를 도우려는 시도가 몇 번 반복되다 결국 “됐어. 공부하러 갈게” 하고 자리에서 일어설 때면 괜한 설움이 맺힌다.



나는 생각이 많아도 너무 많다. 한계에 달할 때까지 뻗어가는 생각을 끊어 내기 위해 듣고, 읽고, 만들기를 반복한다. 하루 종일 읽어 대는 정보의 양을 따지자면 300쪽짜리 책 두 권은 거뜬하다. 듣는 양도 마찬가지다. 읽고 들으며 또 다른 일을 하는 습관, 이 습관이 나의 뇌를 지치게 한다.


편안하고 조용한 일상을 보냈다 싶은데도 스트레스 검사를 하면 늘 과부하 상태다. 심신이 평안한데 왜? 이해도 받아들여지지도 않는 결과에 매번 혼란스럽다. 이게 나의 나쁜 습관 때문이란 걸 최근에 설거지를 하다 불현듯 깨달았다. 나의 건망증은 내 습관이 만든 결과였다는 사실도 함께.


온종일 떠들어대는 머릿속 수다를 멈출 방법은…. 봄 되면 아버지 따라 밭을 갈아볼까? 소처럼 쟁기질을 하면 힘이 달려 못하겠지? 별의별 생각을 또다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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