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아버지는 큰 수술을 하셨다. 생사가 오가는 중병이었고, 수술 후 한 달 만에 15kg의 몸무게가 빠졌다. 건장하던 아버지가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장기를 건드리는 수술 후에 운동은 필수 정도가 아니라 안 죽으려면 해야 한다. 복부 한가운데 한 뼘도 더 되는 길이의 상처를 안고 걸음을 떼는 순간의 고통은 생각만으로 온몸이 저릿하다. 아버지는 그 어려운 걸음을 뗀 날부터 오늘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운동을 하신다.
아버지의 운동 시간은 일정하다. 새벽 4시경에 집을 나서 1시간 30분을 넘지 않는다. 위 절제술의 특성상 무거운 것을 들 수 없었던 아버지는 걷기를 택했다. 퇴원 후 집으로 돌아온 다음 날 새벽 1시간 30분 동안 왕복한 거리를 합해 1km를 겨우 걸었다. 땀을 콩죽처럼 흘리며 걸어오는 아버지를 맞이하던 우리 가족은 눈물을 눌러 삼켰다.
그동안 아버지는 크고 작은 시술과 수술을 겪었다. 열흘 전엔 초기 암이었다 하더라도 신체의 일부를 제거하는 수술을 또 받았다.
이번에도 아버지는 곧장 걸었다. 병원의 짧은 복도를 왔다 갔다, 계단을 오르고 내렸다.
퇴원 후 첫날, 아버지를 오매불망 기다렸던 미남이(반려견, 보더콜리)를 데리고 소파에 앉을 겨를도 없이 산책을 나가셨다.
그런 덕분이었을까. 아니, 그 덕분이다.
수술 후 첫 검진에서 의사는 아버지께 보기 드문 회복을 하고 있다며 희소식을 알렸다.
아버지의 운동에서 나는 성실을 배우는 중이다. 견딤을 배운다. 그리고 사랑을 배운다. 아버지의 운동은 우리 가족의 버팀이고, 희망이다.
칼바람이 부는 오늘 새벽 4시에도 어김없이 대문을 나서는 아버지를 느낀다. 아버지의 열렬한 팬 미남이가 곁을 지킨다. 막내딸이 사준 외투, 큰 딸이 안긴 장갑, 손녀가 선물한 털모자, 사위가 가져다 둔 방한운동화로 중무장한 아버지는 미남이의 리드 줄을 잡고 걸음을 뗀다.
“출발하자, 미남아!” 아버지 부름에 겅중거리는 녀석과 아버지는 오늘도 성실히, 견디고, 사랑하고 그리고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