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식의 기준은 뭘까? 저녁을 먹고 먹는 것? 아니면 일정 시간 이후에 먹는 음식을 야식이라 해야 하는 건지….
외국에 머물 때였다. 대부분 외국 친구들은 저녁밥을 여덟 시나 되어서야 먹었다. 저녁 식사 약속이라도 잡으려면 7시는 당연히 넘겨서 8시 언저리라야 가능했다.
나는 태어나 외국에 지내기 전까지 저녁밥을 6시 이후에 먹어본 적이 별로 없었다. 야간자율학습을 하던 고등학생 때도 부지런히 6시 전에 밥을 먹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지 않는가. 평생의 습관이 강제 수정됐다. 내 기준 ‘밤’ 8시에 시작된 저녁식사는 10시나 되어야 끝나기 일쑤였다. 뭔 말이 그리도 많은지, 밥상머리에서 시끄럽게 떠든다고 숟가락으로 뒤통수를 갈기는 어른이 없어서 그런 모양 이거니 하며 그들과 저녁을 보냈다.
1년의 타향살이를 끝내고 돌아온 나를 엄마는 못 알아봤다. 마중 나온 공항에서 나와 눈을 마주치고도 아무렇지 않게 스쳐 지나는 부모님을 보고 어찌나 서운 하던지 설움이 복받쳤다. 그깟 살 좀 쪘다고 말이다. 흥!
8시 이후 우리 집 주방은 문을 닫는다. 굶어 죽을 것 같지 않고서야 접근금지다. 태생이 날씬, 늘씬, 호리 한 두 황 씨들은 부당하다 잠시 반란을 일으켰지만, 통통한 나보다 높은 간수치 결과에 무릎을 꿇었다.
초등학교 저학년이 때 딸이 진지하게 물었다.
“엄마 야식이 뭐야?”
신종 비꼼인줄 알고 버럭 할 뻔했다. 딸은 진심으로 궁금해했다.
그날 하루, 야식의 개념을 익히기 위해 치킨을 시켰다. 황금빛 기름을 머금어 오감을 자극하는 치킨이 먹고 싶어서가 결코 아니었다.
이튿날, 우리 세 가족의 두 눈은 ‘33’이 되어 맞붙었고 소화되지 않은 닭고기가 거친 트림으로 뒤끝을 발휘했다. 야식의 개념 익히기는 단 한 번의 시도를 끝으로 영원히 로그아웃되었다.
야식이 없는 우리 가족들은 저녁식사에 충실하다. 저녁시간에 삐치기라도 했다가는 강제 간헐적 단식을 해야 한다. 아침에 등뼈와 뱃가죽이 조우하는 걸 경험하지 않으려 유순해진 우리 가족,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