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면 딸이 자는 방에서 알람이 울린다.
“일어나지 마세요. 포기하세요. 어젯밤에 일찍 일어나겠다고 결심했지만 그냥 자세요. 평생 요 모양 요 꼴로 사세요!” 아주 저주를 퍼붓는 소리에 벌떡 일어난 딸은 눈도 채 뜨지 못하고 알람 앱에서 요구하는 문장을 완성하기 위해 애쓴다. 문장에 제대로 완성되기 전까지 결코 멈추지 않는 알람은 포기하고 자라, 일어나서 뭐 하냐는 말을 쏟아낸다.
평생 요 모양 요 꼴로 살게 될까 두려운 딸은 간단히 세수하고 책상 위 스탠드에 불을 켜고 앉는다. 하루 일정을 정리하는지 다이어리에 무언가를 열심히 기록하고 좋아하는 필기구를 정리해 펼쳐둔다. 간밤에 2시를 넘겨 잠든 딸에게 조금만 더 자라 해봐도 소용없다. 햇볕을 보지 않아 더 하얗게 바랜 낯빛이 파리하다.
뭐라도 먹이고픈 마음이 분주해지지만 망설인다. 수십 가지 아침 메뉴가 머리를 스쳐가도 소용없다. 미각이 날카로운 딸의 입맛에 맞추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깨끗이 씻은 달걀 서너 개를 넓은 그릇에 푼다. 알끈을 걷어내고 맑은 채소 육수를 붓는다. 소금 조금, 참치액 조금, 송송 잘게 썬 부추 조금에 참기름을 살짝 더한다. 재료가 어우러지게 휘휘 젓는다. 완전히 익은 달걀찜을 좋아하는 딸 입맛에 맞춰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익힌다. 보글보글, 자글자글 끓는 달걀찜 위에 깨소금을 톡톡 뿌리니 먹음직한 냄새가 진동한다.
동그랗게 뭉친 밥을 잘게 부순 김자반 위에 돌돌 굴린다. 쌀밥이 까맣게 옷을 입는다. 씻어 냉장고에 넣어 뒀던 샤인 머스켓 몇 알, 며칠 후숙하니 달달해진 천혜향 몇 조각을 담는다. 볶은 현미를 넣어 끓인 물도 잊지 않는다.
물 한 모금 넘기지 않은 딸은 지겹고 꼴 보기 싫다던 문제집과 벌써 씨름 중이다. 그 앞엔 또 다른 알람이 시한폭탄처럼 카운트다운을 한다.
따뜻할 때 먹이려고 급히 쟁반에 받쳐 온 것을 들고 들어서지도 나가지도 못한 나는 굽은 등을 바라본다. 이팔청춘 꽃다운 인생이 참…..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