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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쇠한 이의 눈물

by 에벌띵

탄핵이 가결되고 소녀 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가 광장을 울렸다. 뉴스로 가결 소식을 기다리던 우리는 벌떡 일어나 뜻 모를 소리를 질러댔다.


다시 만난 세계가 울려 퍼지던 광장에 70대 어르신이 있었다. 기쁨에 환호하는 젊은이들 사이 주름진 얼굴에 허연 머리를 하고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흘리는 이승방 선생을 BBC가 인터뷰했다.

"민주주의의 승리다. 오늘부로 한국 정치는 더 성장할 것이다"라며 행복을 드러냈다.


울음을 애써 참으며 민주주의의 승리를 기뻐하는 그의 모습이 SNS에 일파만파 퍼졌다. 아무 생각 없이 들여다본 영상에 형언할 수 없는 복받침이 치밀었다. 말릴 새도 없이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그 광장에서, 젊은 청년들 사이에서 울음을 참아낸 그의 심정을 헤아리기 어렵다.

어느 어르신은 아이돌 응원봉을 들고 나와 시위를 하는 젊은 사람들에게 사과를 전했다 했다. 당신들의 잘못으로 청년들을 길바닥으로 몰았다며 죄스러워했다는데 듣는 심정이 착잡했다.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을 딛고 서서 시국성명을 외치고 21세기에 걸맞은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청년들이 안쓰러웠다. 학교와 직장에서 역량을 발휘해도 모자랄 때에 보장받아 마땅한 자유를 되찾기 위한 외침이라니. 칼바람을 마주하고 탄핵을 요구하는 젊음이 안타까웠다.


70년 세월, 회복불가의 후진국 대한민국을 선진국 대열에 올리기까지 네 번의 계엄 선언을 경험했던 노년의 사람들이 시국성명을 외치는 젊은이들을 아파했다.

지켜낸 나라를 제대로 건사하지 못한 걸 사죄하는 그들이 더는 사과하지 않는 나라이길 바란다.

러시아의 겨울보다 매섭다는 우리의 겨울바람을 감당하며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 위에서 울음을 참아내는 노년을 더는 보고 싶지 않다. 평안한 나라에서 그들이 일궈낸 발전을 누리며 자손들의 존경만 받기를 간절히 바란다.


노쇠한 이의 아픈 눈물이 더는 이 땅 위에 떨어지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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