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함이 있었다. 네가 던진 비난, 멸시, 오해, 차별. 그 모두를 애정 혹은 애증이란 이름 아래 참아낸 시간이 그랬다.
그래도 네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보다 부정적 감정에 휘말려 미움이란 감정이라도 품을 수 있는 게 다행이라 여겼다.
내 주변의 모든 사람이 너는 친구도 아니라 했다. 내 등에 빨대를 꽂아 나를 착취하는, 그런 존재라 했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에게 사정했다, 간곡히. 생이 힘들었던 사람이라 그렇다고, 누구라도 네 입장이면 그럴 수밖에 없을 거라며 나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그들에게 너를 변호했지.
난 네가 죽어 없는 세상은 어떠냐고 나에게 자주 물었다. 골백번도 더. 답은 한결같았다. 네가 없는 건 너무 아프고 슬프니 지금의 내 고통을 내가 잘 견뎌보겠다는 어리석은 답을 나에게 강요했다.
그런데도 넌 나를 야멸차게 밀어냈지. 벌레보다 못하다는 듯 나를 혐오스럽게 바라봤지. 내가 모를 거라 생각했을, 나를 폄하하는 시도를 했다는 걸 알았다. 생각보다, 예상보다 더 무서운 사람이란 걸 너무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깨닫다니. 난 또 내 어리석음을 한탄했다.
네가 떨어져 나간 빈자리가 휑할 거라 기대했을까. 그 자리가 썩고 곪은 환부였다. 새 살, 자유로움이 그 자리에 가득 차올랐다. 아픈 자리를 아프다 말 못 하고, 어떻게든 되살리려 약을 때려 붓던 걸 그만두니 새로운 사람과 세상이 눈에 들어왔다.
난 다시 내게 물었다. 네가 죽어 없는 세상은 어떨 거 같냐고. 그때에 후회하지 않을 자신은 있냐고.
나는 답한다.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야. 후회? 그건 내 몫이 아니야. 최선을 다했어. 이미 너는 나를 떠남으로 내가 사는 세상에선 죽은 사람과 다름없어. 그러니 이런 질문은 더이상 필요치 않아.
넌 떠남으로 내게 보답했다. 내가 준 사랑, 온정, 관심, 기도. 그 모든 것에 화답했다. 그러니 넌 날 끝내 돕는 사람이었다. 내가 나를 도울 수 있게 해 주었지. 그러니 너는 내게 결코 돌아오지 말아라.
악몽이여 bye by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