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의 결과

by 에벌띵

열일곱 살 딸에게 당부했다.

-누군가를 미워하지 마. 미움을 네 안에 담아 두지 마.

-모두를 좋아할 순 없잖아. 싫어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고.

-그렇지, 네 말이 맞아. 그런데 미움과 싫음은 완전히 달라.

-다르다고? 그게 그거 아냐?

-그러면 잠시 엄마 이야기 들어 볼래?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건 자기 심장에 자신의 손으로 가시를 꽂는 일이야.

미움받는 사람은 잘 몰라. 누가 자신을 그토록 저주하고 미워하는지 생각지도 않고 살아가. 자기 일을 하고 자기 성취를 이뤄가며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가지. 그런데 미워하는 사람은 스스로 가슴에 꽂은 가시 때문에 시시때때로 아프고, 통증을 느낄 때마다 멈추어 서서 미운 대상을 더욱더 미워하며 자신의 시간과 생명을 허비해. 상대가 몰라주는 고통을 혼자 감내하면서.


미움을 오래 내 안에 담아 두잖아? 그러면 미움의 가시가 꽂힌 주변이 곪다가 썩기 시작해. 무엇 때문에 누구를 미워했는지는 희미해지고, 결국엔 떨쳐내지 못한 자신을 미워하게 돼.

미움은 그런 일이야.


네 말대로 사람을 싫어할 수 있어. 그건 취향의 문제니까. 네가 엄마를 아무리 사랑하더라도 엄마의 잔소리가 싫은 것처럼. 상대의 어떤 부분이 아니면 그 사람이 싫을 수 있어. 그건 오히려 너를 보호하려는 본능이야. 그러니 누군가가, 누군가의 어떤 부분이 싫다고 느껴질 때는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봐. ‘싫음’이란 신호 안에 숨겨진, 네가 꼭 알아야 할 뭔가가 있을 텐데 대충 봐서는 알아챌 수 없어. 그러니 천천히 오랫동안 그 싫음의 이유가 뭔지 궁금해하고 답하는 시간을 가져봐.


-그럼, 평생 아무도 미워하지 말아야 하는 거야?

가만히 듣던 딸이 되묻는다

-하하하, 아냐. 미워할 수 있는 사람이 따로 있지! 그건 네 서운함과 불편함, 화를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야. 부모가 그렇지. 엄마, 아빠는 진심 어린 사랑으로 하는 행동과 말에 넌 서운하고 화날 수 있어. 마음에 미움이 움틀 수 있어. 한동안 미워하다 우리에게 네 마음을 솔직히 털어놓는다면 우린 기꺼이 네 편에서 네 마음을 듣고 공감해 줄 거야. 잘못은 사과할 거야. 그러면 네 심장의 가시가 절로 빠지겠지.

서로의 진심을 들으려 하고, 이해와 공감을 나누려 노력하고, 네게 기껍게 사과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조금 미워해도 괜찮아. 그건 너와 상대방을 건강한 성장으로 이끌 테니까. 미움의 긍정 효과랄까?

-흠…. 그렇단 말이지? 그럼 내가 미워해도 되는 사람이 누구인지 리스트를 만들어 봐야겠군….

턱을 괴고 자뭇 심각한 투의 딸의 눈에 장난기가 가득했다.

-그 리스트의 0순위는 엄마인 걸로! 오케이?

-오~케이!!

엄지와 검지를 동그랗게 말아 쥐는 딸과 내 눈이 마주쳤고 우린 깔깔, 웃음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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