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의 직장인 영철, 그는 it 업계의 개발자로 근무하고 있다.
과거 지방대학의 경영학과로 입학했지만, 좀 더 나은 취직을 위해 서울의 대학교로 편입을 했고, 또 복수전공으로 컴퓨터공학을 이수했다.
대학부터 현재의 직장까지, 쉽지 않은 과정을 해낸 것에 그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대학 때의 습관 때문이었을까, 퇴근 후 그냥 노는 시간이 아까웠다.
자신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남는 시간에 책을 읽고 유료 동영상 강의를 보곤 했다.
집의 책상에 붙어 있는 선반에는 각종 투자와 관련된 책들, 성공학에 관한 책들이 빼곡했다.
그는 책에서 영감받은 내용을 포스트잇에 적어 붙인뒤, 실행해 보는 것을 즐겨 했다.
지금은 겨울이라 찬물로 샤워를 하진 않지만, 초가을까진 찬물로 샤워를 하며 하루를 시작하기도 했다.
요즘은 매일 한시간씩 일찍 출근해서 독서 하는 루틴을 실천중이다.
모니터에 붙은 ‘미라클 모닝’이라고 적힌 포스트잇이 그 행동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부동산, 주식, 비트코인 투자관련 책들은 사실상 어느 정도의 개요만 알려 줄 뿐, 마법의 레시피가 나와 있진 않았다.
또 목돈도 없었기 때문에, 좀 더 나중을 기약하는 수 밖에 없었다.
‘적어도 5천만원 이상은 투자 해야 수익을 기대 할 수 있을 것 같다. 부동산은 더 나중의 일이고…’
좀전에 말했듯 마법의 레시피가 없었기에 그의 갈증은 깊어져 갔다.
남는 시간에 유료 강의를 들으러 다니고, 투자관련 모임에 가입해 여러번 참석도 했다.
영철은 소위 말하는 갓생을 살고 있었다.
자신과 만나는 사람들이 이직이나 창업, 투자 같은 돈과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는 기뻤지만, 넷플릭스나 요즘 아이돌 그룹 이야기가 나오면 미간을 찌푸리곤 했다.
‘저런건 나중에 즐겨도 된다. 선택과 집중!’
하지만 그런 영철도 성공만큼 중요한것이 있었는데 그건 결혼이었다.
결혼으로 부모님, 주변사람들에게 떳떳하고 싶었다.
‘성공해도 홀아비로 늙을 순 없지. 나도 와이프랑 자식이 있어야…’
그러던 중 직장 동료의 소개로 소개팅 자리를 가지게 되었다.
영철보다 4살이 어린 수진은 의류업계에서 일하는 스타일이 좋은 여자였다.
“혹시 영철씨. 옷 좋아하세요?”
“아. 그냥 남들 입는 정도만 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뭐. 취미는 있으신가요?”
“아뇨. 취미라고 하긴 애매한데 투자 공부하는 걸 좋아하긴 합니다.”
“그러시군요. 혹시 에세이나 소설 같은 다른 책은 안 보시나요?”
“네. 투자서나 자기계발서만 보는거 같네요.”
“최근에 오징어 게임 보셨어요? 남들은 다 별로라던데, 전 재밌었거든요.”
“아. 제가 티비를 안 본지가 너무 오래 되서. 죄송해요.”
돌아오는 대답에 수진의 표정이 조금 굳어지는 듯 보였다.
그렇게 뚝뚝 끊기는 대화가 반복되며, 식사 자리가 끝났다.
영철은 용기를 내어 수진에게 연락처를 물어봤지만, 그녀는 아직 안 친하니까 디엠으로 말하자며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알려줬다.
그는 돌아가는 길에 수진의 인스타그램을 둘러봤다.
전시회, 콘서트, 캠핑, 이쁜 카페 등 그녀가 갔던 장소들을 보며 영철은 얼굴이 붉어졌다.
그가 나중에 누려도 될거라 생각한 것들을, 무책임하게 당겨 즐기는 한심함이 느껴졌다.
‘잇츠. 스투피드!!!’
‘나에게 걸맞은 여자가 아니다. 적어도 경제 공부는 하고 있고, 미래에 대해 발전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어야지. 암 그렇고말고.’
영철이 스마트폰을 몰두 하면서 걸어갈때, 맞은편에서 오는 여대생들이 깔깔 거리며 장난을 쳤다.
“야. 니 남친 지나간다.”
“뭐래. 니 이상형인데?”
“안경, 여드름, 돼지. 좋아하냐?”
“응. 반사.”
그녀들의 대화는 오토바이 소음에 묻혀 영철의 고막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영철은 잠시 시선을 느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스마트폰을 응시하며 걸어갔다.
인스타그램의 친구 부부, 아기가 함께 나온 사진을 보며 그는 생각에 잠겼다.
‘돈이 없으면 결혼은 환상일 뿐이다. 갓생모드 기어 세컨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