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내 친구가 말이야

by 안건백

직장인의 점심시간.

진수는 직장동료 둘과 회사 근처의 초밥집에 들렀다.

점심에만 주문할 수 있는 초밥 세트를 3개 시켰고, 이야기판이 벌어졌다.

“야 뉴스 봤어? 아이돌 a양이, 배우 b랑 사귄다던데?”

“어 봤지. 솔직히 a가 아깝지 않냐. 난 b가 누군지 이번에 알았다.”

“에이 그래도 그 정돈 아니지. 니가 요즘 티비를 안 봐서 그래. b도 드라마 두 개나 히트시켰고, 잘나가.”

진수는 둘의 대화를 듣다가 한마디 했다.

“야 근데 내 친구 중에 아이돌 매니저 일했던 친구가 있거든, 그 친구 말로는 거기 진짜 동물의 왕국이라더라. 기사로 나오는 건 십프로밖에 안 된 데.”

“아 그래? 근데 다들 이쁘고 잘생겼는데 서로 안 끌리는 게 이상하긴 하지.”

”그 친구 말로는 여배우 c 있잖아. 개가 본인보다 22살 많은 영화 투자자랑 사귄 적도 있다더라.“

”와 대박. 그럼, 20대가 50대랑 사귄 건가? 완전 아빠뻘이랑 사귄 거네.“

“그 사람 청순한 이미지 아니었나? 좀 깨긴 한다.”

“야. 나 이번에 스마트폰 바꾸려고 하는데, 이제 갤럭시 말고 아이폰 써볼까?”

“나도 안드로이드밖에 안 써봐서. 아이폰 잘 몰라.”

그때 진수가 대화에 합세했다.

“야 내 친구가 아이티 계열 블로그를 하거든? 개 말 들어보니까 이번 아이폰이 통화품질 이슈가 있다더라. 내부 설계를 잘못해서, 안테나가 방해받는 구조라고 하더라고.”

“아 그래? 그럼, 나중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겠네?”

“아무래도 그러지 않을까? 나도 아이폰 살까 하다가 그 말 듣고 다시 생각했어.”

그때 식사가 나왔고, 우리는 밥을 먹으며 대화를 이어 나갔다.

“야 나 곧 원룸 계약 끝나는데, 그냥 직장 근처로 출퇴근 편하게 옮겨 버릴까 하는데 어때?”

“근데 이 근처가 너희 동네보다 월세 비싸지 않냐?”

“그럴 거 같긴 한데, 차비나 시간 생각하면 나쁘지 않을지도?”

그 대화를 듣던 진수가 한마디 했다.

“야 내 친구가 부동산에서 일했던 적 있는데, 서울대 입구가 살기 괜찮다더라. 월세도 많이 비싸지 않고.”

“지금 직장이랑 더 가깝고, 나쁘지 않아 보이는데?”

“거기 앞에 샤로수길 있어서, 웬만한 놀거리는 다 있고, 강남이랑도 가까워. 홍대도 가깝진 않지만 갈만하고.”

“오 혹시 그 친구한테 방보여 달라고 할 수 있어?”

“아까 말했잖아. 부동산 일했던 친구라고, 지금은 안 하지.”

그렇게 그들은 이야기들을 나누며 점심시간을 보냈다.

식사 후 진수는 본인의 책상에 앉아 자신의 업무들을 처리해 나가고 있었다.


***


아주 멀리서 누군가 진수를 향해 시선을 옮긴다.

진수가 다른 사람과 있을 때는 수많은 직군의 친구들이 그 뒤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중이다.

이야기 주제가 바뀔 때마다 해당되는 친구는 불려 나온다.

‘왜 진수는 본인의 생각을 그냥 말하는 걸 두려워할까?’

저 멀리 우주에서 신이 진수를 바라보며 생각 중이다.

‘아마도 진수는 직급이 높아지거나 돈을 많이 벌게 되면 그것으로 또 낮은 자존감을 가릴 것 같군.’

아주 큰 한 숨소리가 우주로 울려 퍼졌다.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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