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중학교의 매점.
쉬는 시간이라 매점은 학생들로 북적거린다.
학생들이 간식거리를 사기 위해 줄이 길게 늘어섰다.
나는 동수와 빵과 음료수를 사려고, 그 줄 뒤에 붙었다.
학교에서 누가 축구를 제일 잘 하는지 토론 중이었다.
“철진이가 드리블은 제일 잘 하지, 개는 골키퍼부터 시작해서 8명 제치고 골 넣은 적도 있다니까.”
동수의 말에 나는 반박했다.
“아니, 준모가 낫지. 준모도 딱히 드리블은 안 밀리는데, 패스랑 슛도 정말 좋다니까.”
“에이. 철진이도 슛은 하나도 안 밀린다. 개 중거리 슛 때리면 진짜 대포알같이 공 날아감.”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줄은 줄어 들었고, 각자 먹을 빵과 음료수를 구입했다.
빵을 한입 베어 물고 걸어가는데, 동수가 갑자기 앞에 있는 녀석의 뒤통수를 탁하고 때리는 것이었다.
맞은 친구는 어눌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더니 어색한 표정으로 동수와 눈인사를 나누는 것 같았다.
“모자란 놈.”
동수가 그렇게 말했고, 나는 동수에게 물었다.
“친한 애야?”
“아니. 작년에 같은 반이긴 했는데 친하기는 개뿔. 그냥 좀 어리바리한 새낀데, 영광스럽게 내가 먼저 아는 척해준거지.”
“야. 그래도 머리 때리는 건 좀 기분 나쁠 거 같은데…”
“저 새끼는 그런 거 없어. 진짜 어리바리한 새끼야. 죽빵 안 맞으면 그게 다행이지. 그냥 행동 하나하나 뒤지게 답답해서 싸대기 마렵게 한다니까 정말.”
“어…”
나는 동수의 행동이 과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전교에 한두 명쯤 있을 그런 폐급 인간을 떠올리니 조금 납득이 되기도 했다.
예전 쉬는 시간에 도시락을 까먹던 한 멍청한 녀석이 반찬통을 실수로 엎어, 내 슬리퍼 속 양말이 붉게 물들었던 일이 떠올랐다.
그때 너무 화가 나서 그 친구를 몇 대 두들겨 팼다.
친구들이 말리지 않았다면 아마 열대 정도는 때렸을 듯싶었다.
군대에서는 그런 사람을 폐급이라고 부른다.
학교에서는 뭐라고 명칭 하는지 모르겠다.
그냥 병신으로 통칭하는 거 같기도 하고…
학교에서 한번 찍혀버리면, 그 이미지는 굳어져 버린다.
놀려도 되는 애, 때려도 되는 애.
놀려도, 때려도 맞서지 않는 애.
그냥 병신이 탄생하는 것이다.
‘왜 반항하지 않는가? 자존심이 없는가?’
‘혹시 평화주의자라서? 아니면 종교적인 이유로?’
‘아니면 애니메이션 주인공처럼 힘을 숨긴 것일까?’
나는 동수가 말하는 걸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골똘히 생각하며 걸었다.
3교시 수학이 시작되었지만, 내 머릿속에선 병신에 관한 생각이 풍력 발전소의 돌아가는 블레이드처럼 거대한 회전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병신같은 짓을 하므로 욕을 먹고 맞아도 되는 것일까?’
‘싸움을 못 할지라도, 다른 훌륭한 재능이 있다면 그것은 병신이 아니지 않을까?’
하지만 현실은 냉랭했다.
아까 동수에게 뒤통수를 맞은 녀석은 수업 중 선생님의 질문에 답하지 못했고, 기초 중의 기초도 모르냐며 매질을 당했다.
그 녀석은 친구들과 간 노래방에서도 처참한 노래 실력을 자랑했다.
축구할 때도 개발에 수비 구멍이라 같은 편에 쿠사리를 먹기 일쑤였다.
외모가 잘났냐 하면, 흐리멍덩한 눈빛에 튀어나온 입. 전형적인 추남의 몰골…
완벽한 병신!
그러나 그 말은 어색하다.
무협지에서 강한 지존이라는 말이 없듯이 병신은 그냥 병신으로 불려야 할 것이다.
***
세월이 흘러 9시 뉴스에 병신의 얼굴이 나왔다.
그는 과거 동수 같은 친구들을 저주할까?
아니다. 그건 병신답지 않다.
병신은 몰라야 한다.
그래야 병신다우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