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이민자

by 안건백

미국 엘에이의 어느 한인 교회.

독실한 크리스천인 박영수는 이번 일요일에도 예배에 참석했다.

예배의 마지막 순서인 축도가 마무리됐고, 친한 교회의 지인들끼리 약속이 잡혔다.

그날 오후 5시 오렌지 카운티에 있는 이덕배의 집에서 바비큐 파티가 열리기로 했다.

차로 한 시간 정도 가야 했지만 공짜로 얻어먹는 자리라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4시 10분쯤 박영수는 오래된 도요타의 시동을 걸었다.

그가 9년 전 미국에 처음 왔을 때 구매한 중고차이지만, 아직은 그럭저럭 굴러가는 터라 차를 딱히 바꿀 생각은 없었다.

시내를 벗어나자, 미국영화에서 봤을 법한 대지가 펼쳐졌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일 뿐 박영수의 머릿속에는 한국의 풍경이 떠올랐다.


‘복사 붙여 넣기 한 듯한 아파트들과 원룸 건물들 그거에 비하면 여긴 양반이지…’


그렇게 한 시간 가까이 달려 이덕배의 집에 도착했다.

다행히 약속 시간 5분 전에는 도착해 체면을 차릴 수 있었다.


“영수 씨 왔어요? 이제 다 왔네.”


“네. 아직 고기 냄새가 안 나네. 이제 시작하시려고?”


“그쵸. 혹시 누구 못 와서 사람 수 안 맞으면 고기 남을까 봐. 이제 바비큐 시작해야죠.”


이덕배는 앞마당의 그릴 위에 고기를 올리고, 열심히 소스를 덧발랐다.

그 모습을 뒤로하고 집안에 들어가니 2명이 거실 소파에서 그를 반겼다.

한 명은 박민준, 다른 한 명은 이지혜였는데 둘다 한국에서 건너온 이민자였다.

바비큐를 굽는 이덕배만 미국 시민권자였다.

물론 이민자 2세이므로 이덕배는 무난히 그들 사이에 섞였다.

소파에 앉은 영수에게 지혜가 말했다.


“영수 씨 요즘 뉴스 봤어? 한국에 살인 사건 말이야.”


“아 봤죠. 아주 그냥 사이코패스더구먼. 어휴 어떻게 사람을 토막 내서…”


“그니깐. 미국이 총기 때문에 무섭다 어쩌네 하는데 여긴 별일 없잖아. 한국 무서워서 어떻게 사냐.”


“내 말이. 한국이 훨씬 무섭다니까. 얼마 전에 음주 운전으로 인도에 걷던 사람 죽은 거 기억나? 진짜 무섭다. 무서워.”


그렇게 시시콜콜한 시사 이야기를 이어가던 중 이덕배가 다 익은 고기들을 들고 들어왔다.

테이블에 세팅을 마친 그가 사람들을 불렀다.


“세팅 끝났습니다. 다들 드시죠.”

그들은 테이블에 모여 이덕배의 솜씨를 칭찬하며 아까 이야기했던 한국의 시사 이야기를 이어 갔다.

흉흉한 살인부터, 한국의 미친 집값, 꼰대 문화, 저출산 문제 등 다양한 주제들이 등장했다.


“어휴. 한국 있을 땐 그런 걸 어떻게 버티고 살았나 몰라.”


“그러니까. 여긴 적어도 그런 건 없잖아. 그게 다 좁은 땅덩이에 사람이 몰려 있어서 그래.”


“다들 주변 눈치는 얼마나 보는지. 내 친구 말 들어보니까 영어 유치원 보내려고 대출까지 받았다던데.”


“말세야. 말세. 여긴 그대로 여유가 있잖아. 남 눈치도 거의 안 보고.”


그렇게 한참 동안 이민자 3명은 한국의 단점에 심취해서 떠들어 댔다.

유일한 미국인 이덕배는 아 그래요? 이런 식의 대꾸만 했지, 방청자의 입장이었다.

그렇게 이덕배는 방청자로서 역할에 충실한 시간이 끝나고, 그들을 배웅했다.

이민자인 3명의 친구는 도착하기 전보다 표정이 한껏 부드러워져 있었다.


“잘가요. 다들”


“덕배 씨. 바비큐 끝내줬어. 땡큐!”


그렇게 그들 차량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덕배는 생각에 잠겼다.


‘저들의 배부름은 내가 만든 바비큐가 채워준 게 아니군!’


‘한국을 까는 게 그들의 배부름!”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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