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 초짜인 나는 춥고 컴컴한 겨울 새벽을 헤치고, 용역 사무실로 걸어갔다.
세상은 온통 어둡고, 고요했다.
그래서 한 번씩 지나가는 차의 소리가 크게 느껴지기도 했다.
30분쯤 대로변과 골목길을 걷다 보니 용역 사무실에 도착했다.
도착 시간은 5시 45분.
친구가 6시까지 가면 된다고 알려줘서 일찍 왔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사람들이 꽤 있었다.
소장에게 눈도장을 찍으려면 30분에는 나와야 하는 것 같았다.
6시쯤 사무실의 의자는 만석이 되었다.
늦게 온 사람은 서서 종이컵에 커피를 홀짝이고 있었고, 몇 명은 담배를 피우느라 들락날락했다.
물론 방금 말한 커피는 소장이 제공하는 커피가 아니다.
사무실 앞에 있는 자판기의 커피.
내가 소장이라도 매일 무료로 수십 개의 믹스커피를 제공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앞서 초짜라고 말했지만,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건 아니고 지금이 서너 번째는 될 것이다.
소장이 한 명, 두 명 이름을 부르며 일할 장소를 종이에 적어 건네줬다.
그렇게 사람들이 빠지기 시작했지만 내 이름은 불리지 않았다.
나는 인내심 있게 차례를 기다렸다.
그렇게 30분 정도가 지났을까, 남아 있는 사람은 다섯 정도였다.
아마 처음 시작할 때는 스물여덟 명 그 정도로 시작했던 것 같다.
다행히 나는 마지막 장소에 불려 나갔고, 남은 두명은 일이 없었다.
두 명 중 한 명은 제일 늦게 온 사람이었는데, 아무래도 본보기로 일을 안 준 것 같았다.
근데 웃기지 않은가? 새벽 6시 20분에 온 사람이 지각생이라니…
나는 두 명의 아저씨와 현장에 가게 됐다.
나보다 최소 20살은 많아 보이는 아저씨들이었다.
서투르긴 했지만 눈치껏 따라 하며 열심히 자재를 날랐다.
다행히 모난 성격인 사람은 없어 보였다.
첫 번째 참 시간이 되어, 현장에서 빵과 음료수를 나눠줬다.
앉아서 먹고 있는데, 둘 중 비교적 조용했던 아저씨가 나에게 말을 걸어 왔다.
“아지야는 학생이가?”
“네. 대학생이요.”
“용돈 벌라고, 왔나?”
“네. 그렇죠. 뭐.”
“효도하네. 용돈도 벌라고 하고.”
그렇게 짧은 대화가 끝나고, 잠시 뒤에 아저씨가 또 말을 걸어왔다.
“근데 저 김 씨 아저씨 보이제? 같이 온 아저씨.”
“네.”
“김 씨 아저씨가 여기서는 출석왕이다. 심지어 일요일도 용역 찾아가고 그런다.”
“아 그래요?”
“근데 보면 김 씨 저 사람은 돈이 궁해서 그렇게 열심히 나오는 거 같지도 않다.”
“그럼, 뭐죠?”
“그냥 삶이 고정돼 버린 거라. 수십 년 장사하다가 은퇴했어도, 자식이 맡은 가게에 출근 비스므리하게 하는 노인네처럼.”
***
나는 오후 일을 마치고, 사무실에 들러 일당을 받았다.
소장과 두 아저씨와도 인사를 나누고, 혼자 집으로 걸어갔다.
문득 김 씨 아저씨가 생각이 났다.
원룸에 혼자 사는 김 씨 아저씨.
퇴근하고 따로 만날 사람이 없는 김 씨 아저씨.
남는 시간이 불안해 사무실에서 최대한 수다를 떨다가 돌아가는 김 씨 아저씨.
눈을 뜨면 반가운 사람들을 만나러 출근하는 김 씨 아저씨.
어찌 보면 김 씨 아저씨에게 일은 놀이다.
그리고 그 놀이가 인생의 전부인 김 씨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