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구타 희망자

by 안건백






헬멧을 쓴 채 오토바이를 운전 중인 남자.

그는 휴대폰의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대로 이동하여, 고객에게 음식을 전달했다.

“맛있게 드세요.”

현재 오토바이로 배달일을 하는 이 남자의 이름은 준호, 나이는 20대 후반이다.

그가 오늘 번 수당을 계산해 보니 5만 원은 넘긴 것 같았다.

더 일할 수도 있지만, 준호는 그만 퇴근하기로 했다.

배달대행업체와 달리 개인이라 정해진 출퇴근 시간도 없었다.

또 준호에게는 그리 큰돈이 필요하지 않았다.

월마다 나가는 고시원 비용, 오토바이 유지비, 그 외에는 거의 돈을 쓰지 않았다.

가끔 사 먹는 외식비 정도가 다였다.

많은 사람이 배달일을 평생 할 일로 생각하지 않는다.

빚을 갚을 때까지 한다거나, 목표한 금액까지 모으려고 한다거나 하는 식이다.

준호에게는 그런 숫자적인 목표도 없었다.

‘사는데 모자랄 정도만 아니면….’

사실 준호는 어릴 적부터 게임 중독이었다.

하루 종일 게임만 하는 모습에 아버지는 결국 컴퓨터를 부숴 버렸고, 그것이 3번쯤 반복될 때 집을 나왔다.

형편이 허락한다면 지금도 하루 종일 게임을 했겠지만, 최소한의 생계를 위해 일 할 뿐이었다.

준호는 고시원에 도착해 간단히 씻고, 노트북을 켰다.

그의 일과는 단순했는데 일, 게임, 잠이 전부였다.

***

준호와 유일하게 교류하고 있는 친구가 있었다.

이름은 현성.

준호보다는 3살이 많았고, 그도 배달일을 하고 있었다.

그 공통점이 둘을 더욱 가깝게 만들어 줬는데, 롤을 하다가 디스코드에서 친해졌다.

현성이 게임을 잘하기 때문에 준호에게 그는 최고의 파트너였다.

가끔 둘이서 술자리를 가지곤 했는데, 항상 불러내는 쪽은 현성이였다.

“준호야. 오늘 배달 몇 시까지 할 거야? 밤 11시에 볼까?”

준호와 몇 번 갔었던 호프집으로 약속을 잡았다.

현성은 준호에 비해서 활달해 보이는 성격이었지만, 부정적인 면도 많아 보였다.

준호는 고여있는 호수 같고, 현성은 물살이 거센 폭포 같았다.

다만 물이 맑은 폭포는 아니었다.

잠시 뒤, 호프집에서 만난 둘은 골뱅이 소면을 안주로 시키고, 맥주를 한 잔씩 들이켰다.

“준호야. 니가 참 부럽다. 나도 그냥 내 월세랑 생활비만 나가면 좋겠는데, 빚도 갚아야 하고, 엄마한테 돈도 보내줘야 하고 사는 게 쉽지가 않네.”

“어릴 적에 때려서라도 나를 바로 잡아줄 어른 한 명만 있었어도, 지금처럼 살지는 않았을 텐데…”

현성의 넋두리는 이어졌고, 준호는 잠잠히 그의 말을 들어줬다.

현성의 아버지는 사고로 일찍 돌아가셨고, 지금까지 선생님다운 선생님도 만나지 못했고, 자신을 바른길로 이끌어줄 어른을 만나지 못했다는 그런 이야기였다.

‘어릴 적 날 두들겨 패줄 어른의 유무가 그렇게 중요한가?’

준호는 이런 생각이 떠올랐지만, 티 내지 않고 적당히 대답해 주었다.

일하면서 생긴 일, 게임하면서 생긴 일, 여자 이야기, 군대 이야기 등을 이야기하다가 1차가 마무리됐다.

준호가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에 현성은 아쉽지만, 호프집 앞에서 이별을 고했다.

현성의 뒷모습을 뒤로한 채, 준호는 지하철을 타기 위해 걸어갔다.

지하철을 타고 결국 동네로 돌아왔고, 고시원 근처의 편의점 앞을 지나는데, 노가다 일용직을 갔다 온 듯한 남자 둘이서 술을 먹고 있었다.

“내가 어릴 적에 나를 때려서라도 잡아줄 어른이 있었다면, 전과자 되는 일은 없었을 텐데…”

순간 준호의 머릿속에 한장면이 펼쳐졌다.

편의점 앞 테이블로 다가가 빈 소주병을 잡은 그의 손...

“내가 너의 어른이 돼 주겠다!”

쾅 소리를 내며, 그 아저씨 머리 주변으로 산개하는 유리 조각들…

이것은 단지 준호의 상상 속의 세계.

고시원 건물로 들어와 방에 도착한 준호는 좁은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어릴 적 컴퓨터 앞에서 그를 때리며 다그치는 아버지가 있는 다중우주가 펼쳐진다.

겁을 먹은 준호는 며칠 동안 게임을 하지 않지만, 결국 집을 나와 계속 게임을 했다.

그 우주를 현성과 노가다 아저씨에게 보여 준다면 절망할까?

아니다.

그들은 아마 그 우주를 못 본 척하겠지.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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