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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죠앙요 May 16. 2022

나를 힘들게 하는 것

(9)

재요에게.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의 핵심을 살펴보면 그 안에는 언제나 내가 있어. 세 번째 편지에서도 적었듯이, 무언가가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내가 그러기로 선택했기 때문이니까. 언뜻 보면 외부의 어떤 요인 때문인 것 같이 보이더라도, 조금 더 들여다보면 주로 ‘나의 생각’ 아니면 ‘체력 고갈’에서 오는 힘듦이더라고.


나의 생각 때문에 내가 힘들다는 것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볼게.

최근에, 누군가와의 관계 때문에 힘들어하는 이유는 주로 나의 두려움 때문이라는 걸 여실히 느꼈어. 평생을 관계 맺고 살아오면서 그 경험치가 쌓일수록 더 능숙해진 것도 있지만, 반대로 더 두려워하게 되는 것도 많아진 것 같아. 예전에는 몰랐는데 이제는 보이거나 직감하게 되는 거도 많아졌고. 그래서 평소에는 괜찮다가도 조금 상태가 안 좋을 때 어떤 작은 단서라도 발견하면, 내가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을 만나게 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와. 내가 가진 두려움의 감정을 뒤흔들수록, 그 관계에 대한 걱정이 부풀어 오르고, 그렇게 흘러가지 않기를 너무 절실히 바라다보면, 마음에는 잔뜩 힘이 들어가는 거야.


그렇게 내 생각 때문에 힘든 게 아니라면, 나머지는 대부분 말 그대로 체력이 바닥나서 힘들어하는 것 같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밖에서 오래, 많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도 별로 지치지 않았는데(어쩌면 힘들다는 감각보다 재미있다는 감정이 훨씬 커서 몰랐는데) 언제부턴가 에너지가 금방, 뚝 떨어지더라고. 내 방에 버금가는 편안함이 보장되는 휴식의 시공간이 너무 중요해졌고, 그렇다고 언제나 원하는 만큼 충분히 쉴 수 있는 건 아니다 보니 체력이 달려서 자주 힘들어하곤 해.


아까 내가 왜 이번에 이 주제를 제안했냐고 물었을 때 너도 대답했듯이, 요즘 나는 전보다 자주, 힘들어하는 것 같아. 그리고 이 글을 쓰다 보니, 그나마 '내 체력'은 '내 생각'보다는 조금 더 쉽게 컨트롤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내 마음을 다스리는 건 거의 수행에 가까운 느낌이지만, 체력을 기르는 건 일단 '꾸준히 운동한다' 같은 당장의 솔루션이라도 떠오르니까. 마치 너가 오늘 다시 자전거를 타야겠다고 다짐했듯이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시작해보려고. 살아가는 한 힘이 들 수밖에 없지만, 매일 나에게 주어지는 물리적인 힘이 더 확보된다면, 같은 양의 힘듦에 조금 더 끄떡없을지도 몰라. 

다음에는 '체력'에 대한 글을 써 줘:)


올렸어야 했던 날보다 하루 늦은, 

2022.05.16.

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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