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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죠앙요 Aug 21. 2022

아침

(21)

재요에게.


아침에 대해서는 정말 생각해본 적이 없어.

하루를 힘차게 시작한다, 는 의미도 딱히 없고

밝게 해가 떠 있는 걸 좋아하는 것도 아니니까

아침이 나에게 특별한 적은 없었던 것 같아.

그냥 자고 일어나면 찾아오는 시간, 혹은 풍경? 그 정도가 전부였네. 아침에 하는 온라인 요가 수업을 몇 번 시도했는데, 틀어두고 다시 잠들고는 했어. 미라클 모닝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고.


나는 몇 시간 잤는지 보다도 얼마나 밝은지, 그러니까 해가 언제 뜨는지에 영향을 받아. 그래서 블라인드를 치고 자면 같은 시간이라도 아침에 덜 밝다 보니 일어나기가 더 힘들고, 블라인드를 걷고 자면 조금 더 쉽게 잠에서 깨는 것 같기도 해. 잠, 자는 행위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나의 잠이 끝나는 아침을 별로 좋아할 이유는 없어.


하지만 아침은 자연스럽게 찾아오고, 그렇게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하루는 시작되지. 권태로움으로 가득한 요즘,  감정이 가장 극대화되는 시점이 아침인  같아. 억지로 몸을 일으키고 출근을 해야 하고, 그렇게 나를 움직이기 시작하면  이상 돌이킬  없으니까. 하지만 한 순간에 충동적으로 나의 아침을 거부한다고 해도 내 일상이 달라지는 게 아니니까, 더 큰 파장을 감당하지 않기 위해 그냥 나에게 주어지는 보통의 아침을 맞이해.


해야 할 것들이 가득한 아침이라면 아마 잠을 제대로 자기 어려울 것 같고, 그렇다고 특별할 거라곤 없는 반복되는 아침이라면 잠이야 잘 자겠지만 기대나 설렘은 없을 수 있으니.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균형이라는 게 가능한 걸까? 적당한 긴장과 적당한 익숙함을 바라는 건 무모한 욕심일까?


다음 주에는 '일상'에 대해 써 줘.


2022.08.21.

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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