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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요에게.
아침에 대해서는 정말 생각해본 적이 없어.
하루를 힘차게 시작한다, 는 의미도 딱히 없고
밝게 해가 떠 있는 걸 좋아하는 것도 아니니까
아침이 나에게 특별한 적은 없었던 것 같아.
그냥 자고 일어나면 찾아오는 시간, 혹은 풍경? 그 정도가 전부였네. 아침에 하는 온라인 요가 수업을 몇 번 시도했는데, 틀어두고 다시 잠들고는 했어. 미라클 모닝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고.
나는 몇 시간 잤는지 보다도 얼마나 밝은지, 그러니까 해가 언제 뜨는지에 영향을 받아. 그래서 블라인드를 치고 자면 같은 시간이라도 아침에 덜 밝다 보니 일어나기가 더 힘들고, 블라인드를 걷고 자면 조금 더 쉽게 잠에서 깨는 것 같기도 해. 잠, 자는 행위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나의 잠이 끝나는 아침을 별로 좋아할 이유는 없어.
하지만 아침은 자연스럽게 찾아오고, 그렇게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하루는 시작되지. 권태로움으로 가득한 요즘, 그 감정이 가장 극대화되는 시점이 아침인 것 같아. 억지로 몸을 일으키고 출근을 해야 하고, 그렇게 나를 움직이기 시작하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으니까. 하지만 한 순간에 충동적으로 나의 아침을 거부한다고 해도 내 일상이 달라지는 게 아니니까, 더 큰 파장을 감당하지 않기 위해 그냥 나에게 주어지는 보통의 아침을 맞이해.
해야 할 것들이 가득한 아침이라면 아마 잠을 제대로 자기 어려울 것 같고, 그렇다고 특별할 거라곤 없는 반복되는 아침이라면 잠이야 잘 자겠지만 기대나 설렘은 없을 수 있으니.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균형이라는 게 가능한 걸까? 적당한 긴장과 적당한 익숙함을 바라는 건 무모한 욕심일까?
다음 주에는 '일상'에 대해 써 줘.
2022.08.21.
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