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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죠앙요 Aug 29. 2022

일상

(22)

기요에게.


내 일상을 생각해보기 전에 일상적인 게 뭘까 약간 고민을 해보았어. 일상적인 건 말 그대로 '당연히' 그리고 '자연스레'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일을 말하는 것 아닐까. 그게 일이던 물건이던 만나는 사람이던 공간이던 말이야.


지금의 내 삶에서 당연한 건 꽤 많아. 삶을 당연하지 않게 살려고 노력했지만 23개월 동안 똑같은 곳에 출근을 하고, 아침으로 김밥을 먹고, 비슷한 식당들에서 점심을 먹고, 남들이 퇴근하기 직전의 시간에 땀을 약간 흘리면서 지하철을 타고, 집에 와서 컴퓨터 앞에서 이것저것 하는 삶. 그 삶이 너무나도 당연해. 당연하고 또 너무나 당연해서 어떤 날이 어떤 상태였는지도 구분이 안돼. 지금은 그 일상을 정말 벗어나고 싶어. 왜냐면 하루하루가 비슷한 삶을 오래 살다 보면, 나 자신을 잃는 기분이 들거든. 내가 점점 사라지는 기분.


비슷한 행동에 비해서 일상적인 생각은 그나마 시기별로 달라. 요즘은 두 달 뒤에 의무복무가 끝나면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를 고민해. 좀 많이 고민하다 보니 심각해지기도 하지만, 하나에 몰입하면 아주 깊이 과몰입하는 성격인 나는 지금 머리에서 미래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로 벗어날 수가 없어.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주변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내가 어떤 삶을 살면 잘 살아볼 수 있는지 이성적으로 계산이 돼. 근데, 내 물리적 일상이 그 이성적인 희망찬 일상을 자꾸만 먹어버리는 것 같아. 그래서 일상에서 다양한 생각을 해도 다시금 몸이 긴장이 풀려버려. 그리고 다시금 힘이 빠져버려.


어쩌면 일상은 이미 규칙적이고 고정적임을 전제로 한 단어일지도 몰라. 위에서 말했듯 익숙한 것이 일상이 되는 거고, 일상이라서 익숙한 거니까. 그렇지만 지금의 나는 그 일상에 균열을 깨트리고 싶어. 더더더 일상에 힘을 주고 싶고, 개선하고 싶고, 변화하고 싶고, 성장하고 싶어. 내 일상이 규칙적임이 전제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 일상이 더 넓은 범주의 의미로 쓰이면 좋겠고, 내 일상이 더 다양해지면 좋겠어. 그리고 그 삶에서 내 일상적 행동들을 마음껏 그려나가고 싶어.


우리 존재 파이팅!


다음주에는, '홍삼'을 주제로 글을 써줘!


2022.08.28.

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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