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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죠앙요 Sep 18. 2022

농구

(25)

재요에게.


요즘의 나에게 농구가 얼마나 큰 기쁨이냐면, 농구에 대해 적어달라는 너의 글을 읽은 순간부터 아쉬울 정도였어. 꼭꼭 아껴두고 싶은 이 소중한 주제를 덜컥 꺼내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농구가 나를 행복하게 하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농구를 배우는 환경'이야. 다른 곳에서 다른 방식으로 농구를 시작했다면 정말 달랐을 것 같거든. 뭘 하든 간에 '내 모습 그대로 존재할 수 있는지', 그리고 '나의 속도대로 해볼 여지가 있는지'가 정말 중요한 나로서는 나를 꾸며내도록 요구하지 않고 섣불리 평가하거나 재촉하지도 않는 팀 분위기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어. 처음부터 그런 모토를 갖고 꾸려진 팀이고, 그렇게 크게 다르지 않은 기대로 모인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의 힘은 대단하니까.


그런데 그것만큼이나 농구를 하는 행위 자체가 정말 매력적이야. 방법을 배우고, 배운 대로 잘해보고 싶어 연습하고, 그러다 보니 다양하게 내 몸을 움직이게 되고, 그렇게 그 시간 동안에는 오로지 농구에만 몰입하고.

사실 대부분의 스포츠에 적용될  있을 특별할  없는 과정이지만, 굳이 찾아 나서지 않으면 일상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감각 같아. 운동을 해야 해서 하는 상황은 있더라도 그럴  재미를 느끼기도 쉽지 않고 특정한 결과, 목표에 도달한 뒤에는 계속할 이유를 찾지 못하기도 하니까.


나는 살면서 대부분굳이 뭔가를 잘할 필요를  느끼는 편이야. 그래서 아주 가끔씩 욕심을 내는 나를 발견하면  반가워. 3  운전을 배울  그랬고, 불쑥불쑥 찾아오는 예술에 대한 마음이 그렇고, 이번에 농구를 하면서 바라본  자신도 반갑더라. 근데   개의 반가움 중에 일단 시작했고 가볍게라도 지속되고 있는  농구가 처음이거든. 농구가 나를 행복하게 만들수록, 이런 생각을 되뇌고 있어. 농구를 시작할 때 그랬듯, 해보고 싶은  조금  미루고 시도해보자고.


다음에는 '운동'에 대한 글을 적어줘.

2022.09.18.

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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