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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요에게.
오늘도 농구를 하고 들어온 네가 농구를 잘하지 못해서 속상해하는 모습을 보며 사랑하면 아픔이 항상 같이 존재하는구나 싶었어. 네가 농구를 사랑하는 만큼 더 힘들고, 속상하고, 아쉽다가 나중에 돌아보면 그 감정들이 모두 애정이 되어있겠지?
나도 운동을 해. 초등학생 때는 아이파크 유소년 축구단이었고(노잼 티 팍팍 내서 몇 번 안 가고 취소함), 중학교 때는 야구에 미쳐서 매일 야구만 하러 다녔어. 근데 유희왕 카드를 모으기만 하고 듀얼(카드를 이용한 게임)은 한 번도 안 한 것처럼 야구도 제대로 된 야구게임은 몇 번 안 해봤어. 결국 캐치볼이랑 배팅만 하는 거지 뭐.
중학교 말 즈음에는 농구부에 들어갔는데, 내가 하던 다른 방과 후를 안 해도 된다는 얘기를 듣고 바로 들어갔어. 도피수단이었지. 키가 꽤 컸기 때문에 체육선생님이던 코치님도 개이득인 부분이었지. 우리 팀은 나름 부산에서 2위까지 했고, 그때 했던 운동이 여전히 가장 큰 운동의 기억인가 봐.
고등학교에 들어오고 나서는 선배들이 나를 농구부에 데려가려고 많이 챙겨줬어. 중학교 때 선배들이 대부분 같은 고등학교에 있었기 때문이었지. 근데 그냥 안 했어. 공부하겠다고 하고 나왔어. 그리고 그때부터 3년 동안은 체육시간에 축구도 안 하고 농구도 안 하고, 그렇다고 공부하는 것도 아닌 애매한 학생이었던 것 같아.
성인이 되고 나서 급속도로 살이 쪘어. 술을 마셔서 그런가 봐. 과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배가 나왔어. 어느 순간부터 건강이 걱정됐고, 성인이 된 지 또 몇 년이 지나, 운동이라는 걸 했어. 사이클을 탔지.
내게 운동은 대부분 자전거 타기야. 위에서 얘기는 안 했지만 유치원생 때부터 자전거를 동네에서 제일 잘 탔어. 중학생 때부터는 자전거로 부산의 곳곳을 다녔고, 그 경험은 지금의 도전정신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아.
성인이 되고 나서는 자전거로 국토종주길을 다녀. 코스별로 다니다 보면 내가 나를 한 겹씩 이겨내고 있다는 마음이 들어. 더 성장한다는 느낌. 건강을 위해서 탄 것도 있지만 내 정신을 맑게 하려고 타는 것도 있거든.
요즘에는 헬스도 다니고 있어. 빨리 어두워지면 자전거를 못 타니까 헬스에서 짧고 굵게 운동을 해버려. 지난여름 탔던 서핑이 너무 좋아서 서핑도 많이 하려고 생각하고 있고.
운동하러 가고 싶다. 운동을 한다는 건 기본적으로 컨디션이 괜찮고, 숙면을 했다는 의미이니까 좋은 상태라고 생각해. 그래서 빨리 운동하러 가고 싶어. 좋은 상태로!
다음번에는 '양말'로 글을 써줘!
2022.09.28. 재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