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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요에게.
어렵지 않게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내가 언제 웃지? 하고 떠올리려니 잘 낯설어.
그냥 행복해서 웃을 수도 있고 억지로 웃어 보일 수도 있고
오늘은 조금 의미를 좁혀서 재미있어서 웃는 상황들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
아니 아까 오후에 집에 오는 길에 유재석x홍진경이 같이 등장한 유튜브 영상을 봤는데
길에서 그렇게 웃는 게 거의 처음일정도로 너무 웃긴 거야. 주변에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었을 정도로 막 웃었어. 근데 사실 어떤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던 것도 아니고 일부러 막 웃기려고 한 것도 아닌데 나한테 그 장면이 너무 좋았던 건 이런 이유들 때문인 것 같아.
1) 홍진경의 꾸밈없는 솔직한 모습
2) 그런 홍진경을 진심으로 재미있어하는 유재석의 모습
3) 그리고 각자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내는 패널들의 모습
예전에는 다른 존재를 비하하는 방식으로 웃음을 이끌어내는 식의 개그가 대부분이었다면, 이제는 자신들의 이야기,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 성향으로 솔직하게 나누는 대화로 공감을 이끌어내면서 웃음을 주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물론 여전히, 대상화하는 것과 레퍼런스를 삼는 건 한 끗 차이이고 특징을 잘 살리는 것이 자칫하면 비하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게 정말 다행이야.
그리고 평소에도, 나는 저런 상황들을 가장 재미있어하는 것 같아.
다른 사람을 공격하거나 무시하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냥 별 의도 없이 솔직한 태도가 드러나는 상황이 너무 웃기고, 그래서 종종 나도 편한 사이에서는 약간의 장난을 섞어서 포장하지 않은 나의 생각을 툭 던질 때도 있어. 투명한 너를 좋아하는 것도 이 맥락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
무엇보다도 많은 경우에, 솔직할 수 있다는 건 상대에 대한 신뢰가 있다는 것이자 나 자신에 대한 애정도 가득하기 때문이라고 느껴. 그러니까 어쩌면, 나를 웃게 만드는 건 단순히 어떤 솔직한 태도보다도, 솔직할 수 있고 솔직해도 되는 그 상황, 인가보다. 그냥 재미있어서보다도, 편하게 웃어도 된다고 여겨질 때 나도 마음껏 웃는 것 같거든. 그러니 자꾸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
2023.01.15.
기요.
다음에는 '대화'에 대한 글을 적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