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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죠앙요 Jan 29. 2023

봄이 되면 하고 싶은 것!

(43)

재요에게.


글쎄, 나는 겨울을 워낙 좋아하는 편이라 그런지 봄을 기다리거나 어떤 계획을 세워본 적은 없는 것 같아. 하지만 이번 겨울에는 내내 너와 떨어져 지냈다는 특이점이 있었으니 다가오는 2023년의 봄은 다시 너와 가까이서 일상을 나누며 살아갈 수 있다는 의미가 크겠다.


봄이 되면, 그러니까 너가 이곳으로 돌아오면 가장 하고 싶은 건 너랑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일이야.

너가 좋아하는 맑은 날씨라면 루프탑이나 테라스에 앉아서, 내가 좋아하는 흐린 날씨라면 아늑한 실내에서, 맛있는 걸 먹고 마시면 정말 좋겠다. 가본 적 있는 익숙한 장소도, 새로운 동네도 골고루 다니고 싶어. 자주는 아니더라도 종종, 그런 틈을 만들어보자.


너는 아마 여러모로 바쁠 테니 근처에 앉혀두고 나는 옆에서 농구 연습도 하고 싶어. 집 근처의 마땅한 코트를 찾을 때까지만 적극적으로 도와줘. 알다시피 공간에까지 낯가리는 나로서는 새로운 곳에 뚜벅뚜벅 찾아가 농구공을 팡팡 튀길 자신이가 없어. 허허. 마음만큼 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조금 적응하고 나면 혼자서도 자주 농구를 하고 싶어.


이 글의 주제에서 조금 벗어난 이야기이긴 하지만 생각나서 덧붙이자면, 사실 결과적으로 농구를 잘하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내 일상에서 농구를 하는 시간을 늘리고 싶다는 게 내 욕구에 대한 정확한 표현인 것 같아. 농구를 하는 순간에는 그것에만 오롯이 몰입하는 감각이 좋고, 농구뿐만 아니라 그렇게 내가 무언가에 빠져있는 순간이 많아져야 자꾸 행복할 테니까. 어쩌면 운전도 그런 의미에서 더 소중한가 봐. 딱 한 가지에만 내 에너지를 쏟는 행위라서. 나는 워낙 산만해서 웬만한 흥미나 필요가 아니면 잘 집중하지 못하다 보니 가끔 그런 나를 발견하면 그렇게 반갑고 신기할 수가 없어. (같은 맥락에서 누군가가 무언가에 엄청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멋있고!)


여하튼 오늘의 이야기로 돌아갈게. 아, 봄에 하는 유일한 연례행사인 ’개나리랑 사진 찍기‘도 빼놓을 수 없어. 쨍한 노란색이라는 이유에서 출발했지만, 여러 의미로 개나리를 좋아하거든. 심지어 개나리로 시를 쓴 적도 있을걸..? ㅎㅎ 봄이 되면 같이 개나리 나들이 갈래?


아마 이번 봄은 너에게도 굉장히 새로운 감회로 다가오겠다. 다음 글에서는 ‘5월 5일의 재요에게’를 주제로 봄을 한창 지나 보내고 있는 미래의 너에게 편지를 써줘.


2023.01.29.

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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