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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죠앙요 Feb 14. 2023

아빠

(45)

재요에게.


글을 써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이틀이나 미루게 된 건, 분명 피곤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이 주제가 무겁게 느껴져서 인 것 같기도 해. 어려운 건 아닌데, 그렇다고 휘뚜루마뚜루 쓸 수는 없다고 해야 할까.


아빠, 하면 떠오르는 감정은 굉장히 양가적이야. 오랜 시간 함께 살아오면서 원망도 많이 했고 그만큼 깊이 이해하고 있고, 누구보다도 나를 아껴주는데 또 그만큼 나를 힘들게 하는 존재니까. 어쩌면 아빠는, 다른 사람을 입체적으로 바라보려는 나의 태도에 큰 영향을 줬을지도 몰라.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누구나 다면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나에게서도 그런 다양한 모습들을 발견하곤 해.


그리고 단순히 한 개인의 성격이나 성향만이 아니라 그를 둘러싼 맥락과 그 사람이 경험해 온 것들을 같이 고려해야 한다는 것 역시 아빠를 통해 더 자연스럽게 나에게 스며든 태도일 수 있어. 단편적인 하나의 상황만으로는 납득이 되지 않을 수 있고 그럴 땐 더더욱 내가 보지 못하는 것,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것들을 같이 생각해보려고 하게 되더라고.


지금의 나를 구성하는 요소들 중에는 나와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온 게 많을 수밖에 없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부분들을 점점 발견하게 되는 것 같아. 감정적으로 힘든 때도 많지만, 그래도 그 덕분에 내가 내 주변을 더 섬세하게 대할 수 있다는 건 정말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고.


다음에는 ‘인간관계’에 대한 글을 써 줘!

2023.02.12.

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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