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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너지힐러 소을 Nov 16. 2018

나를 살리고 지탱해주는 구심점

임종체험 후 

공황발작은 곧 심장이 멎어버릴 것 같지만 절대 멎지 않으며, 죽을 것 같은 느낌이 생생하지만 물리적으론 절대 죽지 않는 병이다. 공황발작 자체로 사람이 죽지는 않지만 자기 소멸의 끝에서 탈진한 사람이 스스로 자기 삶을 거둬들이는 경우는 꽤 있다. 심장이 약해서 죽는 것이 아니라 나를 지워가며 살던 삶의 끝자락에서 더없이 기진맥진해져서 생 전체에서 마침내 손을 놓아버리게 되는 것이다. 누구든 내 삶이 나와 멀어질수록 위험해진다. 


- 정혜신, '당신이 옳다' 중에서 



'나를 지워가며 살던 삶의 끝자락, 기진맥진, 삶이 나와 멀어질수록 위험해진다....'


이 글을 읽으면서 유독 제 심장을 강하게 두드리는 말이었습니다. 1년 전쯤 임종체험을 했을 때 제 모습이 떠올라서 였는데요. 손에 한 줌 잡히지도 않는 인생이라는 것을 더이상 살아낼 자신이 없었고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몰라 신변정리를 생각하던 중이었어요. 그땐 민감성이라는 기질에 대해 알지도 못했고 제가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도 모른채 이대로 가다간 죽을 것 같다는 절망에 빠져 하루하루를 보내던 시절이었습니다. 제가 평생 겪어 온 어려움에 대해 어떻게 말로 설명해야 할지도 모르던 시절.  


초민감한 저는 타인과의 경계를 세우는 게 너무나 힘들었고, 자아가 희미해질 정도로 나보다 남을 먼저 챙기면서 항상 전전긍긍했습니다. 남들에게 필요한 게 뭔지부터 생각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상이었죠.  저처럼 민감한 여러분이 항상 탈진한 것처럼 기운이 없고 마음이 복잡한 이유는 자신의 민감성에 걸맞는 삶을 살고 있지 않아서 일지도 모릅니다. 민감성을 존중하고 아껴주는 대신 그저 남들에게 핀잔을 듣는 것에 지쳐서, 혹은 고쳐야할 잘못된 점이라는 사회적 통념에 사로잡혀 내 삶이 아닌 타인의 삶을 살려고 발버둥 치고 있진 않은가요. 나를 지워가며, 나를 소진해가며 살아온 삶 만큼 민감한 당신은 아마도 자신만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자신을 보호해본 적이 없을 겁니다. 번아웃 되서 쓰러지기 전까지 말이죠. 


삶이 정지되고, 더이상 웃고 떠드는 발랄한 삶이 내 것이 아닌 남의 이야기인 것만 같이 느껴졌을 때. 그 때 전 임종체험을 했습니다.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고 세상을 살아가는 게 아닌 이 세상에 치이고 밀리며 끌려다니는 듯한 혼란스러움 때문이었습니다. 관 속에 누워 숨쉴 틈도 없이 눈물을 흘리면서, 더 많이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삶을 누리고 싶은 마음이 내 안에 남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의 삶은 내 민감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보듬으며 내게 적절한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 가는 여정이었습니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쭉 유지될 건강하고 평화로운 삶. 매일 명상하고 깨끗한 집밥을 먹으며 자연과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 내 민감성이 주는 창의력과 섬세함, 깊은 통찰이 강점으로 작용하는 분야에서 새로운 커리어를 구축하고자 하는 의지, 다수의 삶의 방식이 정답은 아님을 이해하는 마음 편한 삶. 이것이 저를 살리고 단단하게 지탱해주는 삶의 구심점이랍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민감한 기질의 사람들, 세상의 편견에 지쳐가는 이들, 조금 다른 삶을 살고 있다고 해서 남들의 따가운 시선과 비난에 시달리는 분들께, 그동안 참으로 애썼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애썼어요 여러분. 정말로 애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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