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너지힐러 소을 Mar 07. 2019

더이상 남들에게 맞추려고 애쓰지 마라


나는 내향성이 강하고 생각이 많은 타입이다. 세심하고 감상적인데다 감각이 예민해서 한꺼번에 많은 자극에 노출되는 상황은 피하는 게 좋다. 정신없이 빨리 돌아가는 상황보다 내 속도에 맞춰 한 번에 하나씩 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 내가 누구인지 몰랐을 때, 아니 내가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알아보려 하지 않고 그저 남들처럼 살려 하던 시절에는 어디에도 적응하지 못하는 내 모습에 참 힘들어 했었다. 외향적이고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조용하고 재미없는 사람이었다. 동호회 모임 뒷풀이에서 술을 잘 마시는 사람들에게 나는 술도 못 마시고 항상 집에 일찍 가는 이상한 사람이었다. 시간만 나면 여행 가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차멀미가 심해 장거리 여행을 꺼리는 참으로 특이한 사람이었고 겨울만 되면 스키장에서 사는 친구들에게 나는 고소공포증이 심해 리프트를 타지 못하는 정말 희한한 애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젠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이건 적응의 문제가 아니다. 나에게 적합한 라이프 스타일을 찾고 나와 코드가 맞는 사람들을 만나 어울리면 내 본연의 모습 그대로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 어쩌면 우리는 거절당할까 두려워 우리의 본 모습을 숨긴 채로 살아온 것인지도 모른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알아봐주고 소중히 여기는 이들이 주변에 있었다면 애초에 남들과 똑같은 모습으로 남들처럼 살고 행동하기 위해서 발버둥 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진짜 내 모습을 감춘 채로 타인의 비난과 면박을 피하기 위해서 그저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 했던 건 아닐까.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되고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좋아하게 되니 이런 내게 잘 맞는 모임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두려움을 떨쳐버린 내 모습으로 내가 정말로 내가 될 수 있는 모임. 그 안에서 나는 자유롭고 편안하다. 남을 쫓아가느라 볼 수 없었던 내 안의 보석이 빛을 발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심리치료사 크리스텔 프티콜랭은 저서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일반적으로 고립을 피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 집단에 감정적으로 몰입하기보다는 되도록 다양한 조직에 몸담고 다층적인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좋다. 물론 여러분은 각별한 관계에 목말라 있지만 다소 피상적인 관계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인간관계에 애정을 쏟고 속 깊은 대화를 나누기를 기대하지 마라. 속 깊은 얘기는 정말로 가깝고 친밀한 사람들하고만 하라. 심리학 전문가 중에도 정신적 과잉 활동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은 많다. 그런 사람은 여러분을 무슨 병자처럼 취급하고 도움을 주기는커녕 더 괴롭게 만들 공산이 크다. 





이 글을 읽었을 때 예전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더 이상 사람을 견딜 수가 없어 무인도에서 살고만 싶었던 때였다.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도록 모든 인간관계를 심각하고 진지하게만 생각했다. 힘들면 물러나고 때로는 나를 위해 피할 줄 도 알았어야 했다. 모두와 잘 지낼 수만은 없음을, 모두가 나를 좋아하고 내게 친절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모르고 살던 시절이었다. 거절하지 못하고 두려움이 많은 내 성향을 쉽게 간파해 악용하는 이들을 알아채지 못했고 그래서 많은 일을 겪었다. 모두에게서 벗어나 그저 혼자만 있고 싶었던 시절, 내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건지 알고 싶어 찾아간 상담센터에서도 뾰족한 답을 찾지 못했다.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사회부적응자로 규정짓는 상담 세션은 또 다른 형태의 학대처럼 느껴졌다. 더 이상 갈 곳이 없었다. 누구에게 내 속마음을 털어놓고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몰라 막막하기만 했다. 그래서 나는 오랜 시간을 혼자 보냈다. 정말로 그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전화가 와도 받지 않았고 문자에 답을 하고 친구와 만날 약속을 하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그 때 내가 원한 건 단 한가지였다. 혼자서 조용히 쉬는 것. 실컷 자고 먹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시간이 필요했다. 정말로 그렇게 원 없이 쉬고 나니 그럼 이제부터 내가 원하는 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정말로 나는 아무도 없는 섬이나 산 속에 들어가 평생을 거기서 살고 싶은가. 정말로 내 삶에 친구도 애인도 가족도 필요 없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바라는 건 나를 이해해주고 함께 있어도 불안하지 않은 소수의 친밀한 사람들이었다. 한 명이든, 두 명이든, 같이 있을 때 내가 움츠려 들지 않는 사람. 사납고 영악한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는 부드럽고 마음이 깊은 사람. 그런 사람과 어울리며 마음을 나누고 함께 웃고 싶었던 것이다.





여전히 혼자 있을 때 가장 평화롭고 안심이 되지만 따스하고 안전한 인간관계를 갈망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지금 내 삶에 내가 원하는 포근한 관계가 몇이나 있을까. 한 집에 산다고 해서, 어린 시절부터 오랫동안 알아온 친구들이라고 해서 그 관계 속에서 내가 나다울 수 있고 편안한 것은 아니었다. 공통의 관심사가 있거나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이 비슷한 사람도 없었기에 그럼 내가 잘 어울릴 수 있는 사람들을 직접 찾아 나서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함께 있으면 힘든 유형의 사람들을 파악해서 거리를 두고 나와 비슷한 성격과 취미를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법한 모임에 나가서 조금씩 천천히 나를 드러내는 연습을 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