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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너지힐러 소을 Feb 28. 2019

나를 점점 더 사랑하게 되는 말

 

            


운동 삼아 집 주변을 걷는 중이었다. 햇살이 내리쬐고 바람 마저 따스한 그 날. 버스나 지하철로 이동하기엔 아쉬운 화창한 날이었다. 천천히 길을 걷다 보면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많다. 신호등 앞에서 불이 바뀌기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버스 한 대가 굉음을 내면서 다가오더니 내 앞에서 멈추었다. 그 때 내 눈을 사로잡은게 있었다. 





"경희야, 넌 먹을 때가 제일 예뻐"





광고 문구 인 것 같았지만 왠지 정겹게 느껴져 미소가 번졌다. 내 이름이 경희도 아닌데 이렇게 신선하고 흥미로운 문구로 기억에 남는다면 정말로 이름이 '경희'인 이 땅의 수많은 사람들에겐 꼭 자기한테 하는 말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한동안 지나가는 버스에서 저 광고 문구를 볼 때마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경희'의 마음이 느껴져 혼자 웃곤 했다. 





돌이켜보면 이와 비슷한 광고가 또 있었다. 대학생 시절 학교 앞을 온통 도배했던 그 벽보가 생각난다. 





"선영아 사랑해"





지하철역 입구에서부터 교문으로 걸어가는 길에 눈을 돌리는데 마다 선영이를 사랑한다는 벽보가 붙어 있었다. 순진한 여학생들은 '선영이가 대체 누구야?' '와, 누군지 몰라도 참, 이 남자 장난 아니다!'라며 어느 순수한 남학생의 절절한 사랑 고백에 눈이 휘둥그래졌었다. 이 벽보를 학교 앞에서뿐만 아니라 도심 곳곳에서 보게 되기 전까지 말이다. 알고 보니 그건 사랑 고백이 아니라 광고 문구였다. 대중의 관심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성공적인 광고였다. 





이렇게 누군가 내 이름을 불러주고 내가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해준다면 마음이 얼마나 든든할까. 따스한 말로 위로 받고 내게 필요한 격려와 정서적 지지를 받는 것 만큼 나를 살리고 또 살게 하는 것이 있을까. 늘 가족과 친구,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런 걸 기대했지만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상대가 나를 위해줄 거라고 기대할수록 내 실망감은 커져만 갔다. 그래서 나는 내가 그토록 듣고 싶었던 말을 스스로 나 자신에게 해주기로 마음 먹었다. 내 마음을 북돋아 주는 긍정의 말. 자기 확언(Affirmation)이라고도 하는 자기 긍정의 말은 작은 즐거움으로 시작해서 삶의 목표와 꿈, 자기가 바라는 자신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원하는 말을 쓰고 반복해서 읽는 것이다. 자기 확언을 꾸준히 하면 내가 생각하고 말하는 걸 실제 내 마음으로 믿게 된다. 처음 자기 확언을 시작할 땐 내가 갖고 있는 부정적인 사고 패턴을 먼저 점검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뭔가를 시작하기도 전에 늘 실패할거란 생각부터 드는 건 아닌지. 항상 남을 의식해 내가 하고 싶은 걸 못하고 살지는 않는지. 바꾸고 싶은 내 모습을 적어 보자. 그리고 어린 시절 부모님이나 선생님, 형제 자매에게서 들었던 비난의 말, 직장 상사의 모욕적인 말 등 현재의 나를 괴롭히는 나에 대한 부정적인 말을 정리해 본다. 그런 다음 내 행복을 갉아 먹는 그 어둠을 밝은 빛으로 승화시키려면 어떤 긍정의 말이 필요할지 생각해 보는 거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듣기 좋은 말이 뭐가 있을까. 나는 그 기분 좋은 말을 하나씩 적어 보았다. 이왕이면 내가 좋아하는 예쁜 핑크색 종이에. 그리고는 하트 모양으로 오렸다. 내 눈길이 가는 곳에 볼 때마다 미소를 머금게 하는 칭찬과 격려의 말을 붙여 놓았다.





"지은아, 난 네 예쁜 눈이 참 좋아. 넌 좋겠다. 예뻐서~~"




"지은아, 넌 핑크색이 정말 잘 어울려. 핑크색은 너를 위해 만들어졌어!"




"지은아, 넌 이미 많은 걸 해냈어. 이젠 좀 쉬어도 돼"




"지은아, 넌 언어의 마술사야. 통역도 잘해, 번역도 잘해, 이젠 책쓰기까지 하다니!!"




"지은아, 너의 책을 읽고 자가치유에 도움을 받은 사람이 많아. 고마워"




"지은아, 있는 그대로 니가 참 좋아. 똑똑한게 참하기까지~"




"지은아, 넌 이 세상에 꼭 필요한 존재야. 널 발견한 사람은 땡잡은 거야"


"지은씨, 내 소중한 사람. 사랑해요 지구 끝까지~~"





이렇게 나를 위로하는 말을 적다 보면 점점 신이 난다. 내 장점이 뭐가 있나 스스로 생각도 해보게 되고 남들에게 들었지만 칭찬이 어색해 그저 흘려 들었던 말이 떠오르기도 한다.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면서 화장할 때 점점 곱게 변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자기 확언을 하곤 한다. 처음엔 말로 하기 어색해 붙여 놓은 문구를 여러 번 바라보았다. 나중엔 거울 속 내 모습을 보면서 웃게 되었고 가족이나 친한 친구에게 내가 쓴 자기 확언 문구를 주면서 나한테 읽어 달라고 했다. 타인의 목소리로 듣는 확언 문구는 또 다른 자기 확신을 불러왔다. 회사에서는 점심시간에 수첩에 붙여 놓은 확언 문구를 필사하기도 했다. 여러 번 거듭할수록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도 긍정적으로 변함을 느낄 수 있었다. 





늘 편안한 운동복 차림으로 동네를 산책하다 오랜만에 신경 쓰고 외출한 날이었다. 공원 벤치에 앉아 상념에 잠겨 있을 때 한 남자가 다가왔다.





"저… 저기. 혹시.. 혹시 아줌마 아니지요? 아줌마 아니면 연락처 좀 주실래요?"




동네에서 이런 일이 있다니. 오랜만에 헌팅을 당하니 무척 새롭고 그러면서도 남자의 말이 황당하다. 아줌마인지 확인부터 하는 건 왜일까? 나를 당황하게 했던 건 그 남자분의 연령대였다. 여드름 가득한 얼굴에 세미 정장을 입은 그는 언뜻 보기에도 사회 초년생 같아 보였다. 내가 자기보다 연상인 것 같아 결혼 여부를 먼저 물은 것 같았다. 그래도 그렇지 아줌마 아니냐니. 난생 처음들은 그 촌철살인의 아줌마라는 단어와 연락처를 달라는 그의 용기 사이에서 나는 전자를 택했다. 없는 남편을 만들어서 스스로 유부녀라 말하고 그 남자를 돌려 보낸 것이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그 상황이 자꾸 생각나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제 새로운 문구가 하나 더 생겼다. 





"지은아, 넌 여전히 매력적이야. 연하남이 달려들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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