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을 잇는 사람, 브랜드 담당자의 인플루언서 마케팅
마케터로 사는 동안 주로 디지털 광고와 콘텐츠, 채널을 담당했던 나에게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너무도 새롭고 또 어려운 영역이었다. 드넓은 인터넷의 바다에서 우리 제품과 딱 맞는 사람을 찾으라니. 그야말로 서울에서 내 취향 김서방 찾기 아닌가.
바로 효율 체크가 가능하고 대부분이 숫자로 딱 떨어지는 디지털 광고와는 달리,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일단 넷상에서 발품부터 팔아야 하는 일이었다. 하루에 1시간도 채 유튜브를 보지 않던 나에게는 너무도 가혹한 업무였다.
이제 3년 쯤, 그동안 '모니터 뒤의 사람을 잇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느낀 나의 소소한 팁에 대해 공유해본다.
이제 그만 내려놓으시죠
마케터들은 어떻게든 우리 얘기를 전달하기 위해 늘 고군분투하지만, 인플루언서 마케팅에서만큼은 그 부담을 조금만 내려놓으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온다. 좀 더 쉬운 설명을 위해 예시를 들어봤다. 다음 중 고객의 입장에서 더 설득적인 문장을 선택해보자.
- 이 제품은 00 성분이 들어있고 국내 최초 ㅁㅁ기술을 적용해 A라는 특허를 받아..
- 제가 00 성분 들어간 제품 잘 썼던 거 아시죠? 이 제품도 같은 성분이 베이스예요.
- 이거는 진짜 마스크에 절대 안 묻어요. 완벽하게 픽싱 돼요.
- 솔직히 마스크에는 좀 묻지만 그래도 밀착력이 제일 뛰어나요.
휘황찬란한 문안이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때로는 인플루언서에게 맞지 않는 옷이자, 구독자들에게는 그저 원치 않는 TMI일 수 있다. 브랜드 담당자가 쓴 브랜드 사이드의 백 마디보다 인플루언서가 직접 써보고 느낀 솔직한 한 마디가 더 임팩트 있다. 어차피 직접적인 전달자는 우리가 아니라 인플루언서니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맥을 놓지 않으면서 인플루언서의 자유도를 보장하는 게 포인트다.
내려놓으려면? 일단 만나자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대부분 서면으로 업무를 진행하지만, 사실 합을 맞추려면 브랜드가 크리에이터와 직접 만나는 게 좋다. (대개 여러 가지 이유로 성사되기 어려운 일이지만) 그러면 브랜드가 하고싶은 이야기를 더 잘 설명할 수 있고, 인플루언서의 피드백을 통해 우리가 전할 이야기의 농도와 수위를 조정할 수 있다.
브랜드 담당자가 브랜드와 제품에 대해서 더 잘 알 수는 있어도 크리에이터만큼 시장과 그의 구독자를 잘 알 순 없다. 실제로 인플루언서를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내 생각보다 그 갭이 정말 크다는 걸 느낀다. 브랜드가 프로젝트를 의뢰할 정도의 크리에이터라면 그들은 이미 기획력과 차별화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다. 그들이 더 전문가라는 뜻이다. 따라서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되도록 킥 오프 미팅을 하기를 추천한다. 내가 놓치고 있던 부분을 바로 깨달을 수 있다.
덕질하듯이 해라
이 브런치의 존재의 이유와 너무도 잘 맞는 꿀팁.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는 일이므로, 내가 직접 키맨이 될 사람을 좋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일단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야 우리 제품을 매칭 할 수 있고, 그 사람에 대해 더 깊게 알아야 더 좋은 아웃풋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 눈길이 가는 인플루언서가 보이면 일단 그 사람을 팔로우하고 그 사람의 일상을 먼저 구경했다. 그러다 컬래버레이션을 하고 싶은 크리에이터가 생기면 그의 모든 콘텐츠를 하나하나 모니터링했다. 그리고 그의 취향을 데이터화했다. 무조건적인 강요보다는 크리에이터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먼저 파악하고, 최대한 그것에 맞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자 했다. 매트한 제품을 선호하는 인플루언서에게 굳이 글로우 한 제품 홍보를 무리해서 의뢰할 필요는 없다. 붓펜 라이너만 쓰는 사람에게 아이 펜슬을 다섯 개 주는 것과 붓펜 라이너와 함께 쓸 수 있는 애교살용 아이 펜슬 한 개를 주는 건 천지차이다. 그들도 좋아하는 제품을 소개할 때 더욱 진정성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내가 그렇게 열심히 덕질한 인플루언서가 내가 선물한 제품을 가장 좋아하는 제품으로 소개해주었을 때? 그것만큼 짜릿한 행복이 없다. 이건 그냥 덕질 그 자체 아닌지? 네 맞습니다
그밖에도
모니터링은 귀찮아도 매일 직접하는 게 좋다. 하루에 우리 브랜드와 관련된 콘텐츠가 수백개 올라오지만 직접 봐야 ‘어떤 인플루언서’가 ‘어떻게’ 우리를 소개하는지 알 수 있다. 나는 가끔 브랜드 계정으로 종종 댓글도 달고 좋아요도 누르는데, 그럴수록 인플루언서와의 내적 친밀감이 더해지는 걸 느낀다. 설령 그들은 모른 채 지나갈 지라도, 내 머릿속에는 어떤 사람과 또 좋은 인연을 맺고 우리 브랜드를 소개할 지 그림이 절로 그려진다.
문명 특급의 진행자 재재에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늘 '내가 당신에게 관심이 있고 이 정도는 찾아보고 왔어요' 라는 자세로 인터뷰이를 맞이한다고. 인플루언서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모니터 뒤에 사람 있으니, 이 정도 관심과 노력은 기울일 수 있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