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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그 말, 취소하세요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내가 선택한 대응

by 소망안고 단심

사람과의 만남.
만나면 즐겁고 에너지가 충전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만나면 기분 나쁘고 상대하기도 싫은 사람이 있다.

오늘은 후자의 사람을 만났다.
결국은 기분이 언짢은 일이 생겼다.

건의 사항을 말했는데,
그가 많은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서 말했다.
“혼자만 저런 생각해요.”

하지만 내가 한 건의 사항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회의가 끝날 무렵, 나는 말했다.
“아까 하신 말씀 취소하세요.”

그러자 그는 비꼬는 투로
“취소할게요.”
라고 했다.

상당히 기분이 나쁜 상황이었다.

그 자리에 있던 동료는 말했다.
“자신이 뭘 잘못하는지 모르고,
자기 자신은 다 잘하는 줄 착각하고 있어.”
그리고 나에게 “참아.”라고 했다.

그는 예전에 나에게
“나는 왜? 당신이 불편하죠?”
라고 말했던 사람이었다.

그는 지금 아무런 영향력도 없는 동료일 뿐이다.
상사가 아니다.

게다가 그는 건의를 받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는
마치 ‘판단권자’라도 된 듯 끼어들어
내 의견을 깎아내렸다.

그 심리는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나는 그를 경쟁자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말은 유창할지 몰라도
상황 파악 능력이나 핵심 전달력,
실제 업무 이해도는 높지 않은 사람이었다.

사람의 마음은 때때로 복잡하다.
자신의 불안과 낮은 자존감을 감추기 위해
남을 깎아내리고,
우월한 척 연기하며,
강한 자 앞에서는 약하고
약한 자 앞에서는 강해지는 사람.

그런 모습은 결국
오래된 습관처럼 굳어져 버린다.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무례함은 허용되는 만큼 자란다.”
그래서 나는 그 자리에서 참지 않았다.

그 순간 나는 알고 있었다.
그의 말은 단순한 농담이나 의견이 아니라,
많은 사람 앞에서 나를 ‘작게 만들려는’ 시도였다.

나의 반응은 감정이 아니라 원칙이었다.
무례를 그대로 두면
그 무례는 다음에도 나를 찾아올 것이다.

“부당함 앞에서 침묵하는 것은
그 부당함에 동참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말했다.
“그 말, 취소하세요.”
그것은 분노가 아니라
나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행동이었다.

회의가 끝나고
나는 상사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가까운 테이블에 있었기에
내 말이 들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가 몰라서가 아니라,
인정하는 순간 불리해질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 앞에서는 강한 척했지만,
책임이 드러나는 순간에는
말 한마디조차 하지 못했다.

그의 침묵은 무관심이 아니라
감당할 용기가 없다는 표현이었다.

그때 떠올랐다.
“당신이 허락하지 않는 한,
누구도 당신을 작게 만들 수 없다.”

그의 태도나 시선이
나를 규정하는 건 아니었다.

사회와 조직은 늘 바쁘다.
각자 맡은 일만 해도 벅찬데,
사람들은 왜 서로를 깎아내리고
불필요한 감정소비를 만들어낼까.

정작 중요한 건
일을 잘하는 것도,
누가 더 똑똑한 척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이제 안다.
일보다 힘든 것은
사람 자체가 만드는 감정 소모라는 걸.
그리고 나는
그런 감정 낭비가
정말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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