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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수다

카페에서의 아침, 글로 쓰는 수다

by 소망안고 단심

따뜻한 커피 한 잔.

은은히 흐르는 음악.

그리고 눈앞에 놓인 책 한 권.


이 순간이 참 좋다. 아니, 행복하다.


예전의 나는

책 속에서 세상을 발견했다.

종이의 결을 손끝으로 느끼며,

커피 향과 뒤섞인 활자와 종이책만의 냄새 속에서 작은 위안을 찾곤 했다.


하지만 요즘은 책을 펼치지 않는다.

대신 펜을 들어,

내 안의 목소리를 꺼내 놓는다.

바쁘게 흘러가던 생각들을 잠시 멈추고,

글 속에서 스스로를 마주한다.


“아, 내가 이런 마음을 품고 있었구나.”

“이게 나를 붙잡고 있었구나.”

글은 그렇게 내 안의 거울이 된다.


살아갈수록 사람에 대한 믿음은

줄어들고, 말수도 줄어든다.

그렇다고 속이 텅 빈 것은 아니다.


누군가 믿을 만한 사람 앞에 서면,

나는 끝없는 수다쟁이가 된다.


내 안에는 하고 싶은 말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그러나 경쟁과 긴장 속에서 살아온 나는 쉽게 입을 열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글쓰기는 나만의 수다다.

아무도 듣지 않지만,

누구보다 깊이 나를 들어주는 시간.


사춘기 시절,

나는 밤마다 일기장에 울음을 쏟아내고 웃음을 담았다.

혼돈과 폭력의 그림자 속에서도 버틸 수 있었던 건,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던 일기 ― 바로 ‘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갱년기의 문턱에 서서 또 다른 혼돈과 상실을 마주한다.

정리해야 할 기억, 풀리지 않는 마음이 차오른다.


그때마다 글이 다시 내 곁에 와 있다.

사춘기의 나를 지켜주었듯,

지금의 나도 글이 품어준다.


오늘 아침,

카페 창가에 앉아 글을 쓰는 나.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처럼 따뜻한 이 순간은

나에게 가장 솔직하고, 가장 충만한 시간이다.


그래서 나는 행복하다.

그리고 글에게, 진심으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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