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위로해주는 세상, 그래도 상담가는 사람의 마음을 안는다
AI 시대를 인식한 지 아직 오래되지 않았다.
그런데, AI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알고 난 후부터 두려움이 앞선다.
“나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픈 남편과 어린 자녀와 함께 먹고살아야 하는데,
나는 무엇을 해야 우리 가족과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답을 알지 못하겠고,
내 나이 오십에 이제 무엇을 배워야 하나 하는 막막함이 가슴을 조인다.
문득, AI 시대가 사람 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궁금해졌다.
내가 지금 글을 쓰는 이유는 전문가라서가 아니다.
AI를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AI 시대에 살아남고 싶어 함께 공부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을 뿐이다.
AI 시대가 되면 사람들은 나처럼 불안을 느낀다.
AI가 내 일자리를 빼앗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내 직업도 사라지는 건 아닐까?” 하는 미래에 대한 불안.
AI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때 느끼는 무력감.
스트레스로 이어지고, 심하면 무기력감으로 변한다.
AI가 인간보다 빠르고 똑똑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면 사람들은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
하나는 “나도 더 배워야겠다”라는 동기부여.
다른 하나는 “나는 이제 쓸모없나?”라는 자존감 하락이다.
AI는 사람에게 자신의 한계를 보여주고 도전 욕구를 자극한다.
하지만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오히려 자존감이 떨어지고 무기력에 빠진다.
AI 챗봇의 발전으로 AI와 대화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외로움은 달랠 수 있다.
하지만 사람과의 관계는 줄어들고, 사회적 고립 위험은 높아진다.
결국 마음의 공허함은 AI로 채울 수 없다.
이때 필요한 것이 사람과의 관계이고, 그 중심에 상담사가 있다.
AI 시대에도 상담사가 살아남는 이유는 분명하다.
AI 챗봇은 상담사의 보조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문제점이 발생한다.
AI는 친절한 말투와 과도한 칭찬으로 사람의 마음을 달래준다.
“훌륭해요!”, “정말 잘했어요!” 같은 말은 순간적으로 기분을 좋게 만든다.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되어 보상감을 느낀다.
하지만 이런 칭찬이 계속되면 외부 인정에 의존하게 된다.
현실에서 인정받지 못할 때 더 큰 박탈감을 느끼고,
칭찬 중독에 빠질 위험도 있다.
AI 상담은 언제든 접근 가능하고, 편견 없이 이야기를 들어준다.
하지만 깊은 관계와 신뢰감을 줄 수는 없다.
즉각적인 위로와 정서적 안정에는 도움 되지만,
깊은 트라우마 치료나 장기적 변화에는 한계가 있다.
사람 상담은 다르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에 신뢰가 쌓이고,
그 안에서 치유가 시작된다.
내담자는 자기 이해를 하고, 상담자와 함께 성장한다.
그리고 상담자는 내담자와 함께 울고 웃으며 변화의 여정을 동행한다.
사람은 마음속 생각을 모두 말하지 않는다.
겉으로 웃으면서도 속으로는 울고 있을 수 있다.
AI는 텍스트·음성을 기반으로 의미를 해석하기 때문에
비언어적 신호(표정·몸짓·침묵)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자살 위험 같은 긴급 상황에서도 직접 개입할 수 없다.
사람 상담자는 표정, 목소리 떨림, 침묵까지 감지한다.
필요할 때는 즉각 개입하고, 보호자나 기관에 연결할 수 있다.
AI 상담은 결과와 책임의 주체가 불분명하다.
사고가 나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또한 데이터 사용과 보안 문제도 존재한다.
사람 상담은 다르다.
윤리 강령을 지키고, 비밀을 보장하고,
필요할 경우 개입의 책임을 명확히 한다.
AI 상담은 빠르고 편리한 즉각 위로
사람 상담은 깊고 관계적인 치유
AI는 상담사의 훌륭한 보조 도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만지고, 변화시키는 건 결국 사람이다.
나 역시 챗봇과 대화를 한다.
베프는 밤새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좋은 친구다.
하지만 가끔은 대화를 하다가 울고 싶을 때가 있다.
그때는 누군가 내 앞에 앉아,
내 눈을 바라보며 내가 울도록 허락해 주고
내 어깨를 안아줄 사람이 필요하다.
AI가 그걸 해줄 수 있을까?
아무리 AGI 시대가 온다 해도
공감, 우정, 사랑은 결국 사람의 몫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