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이 내 손을 찌를 때

나에게 맞는 수준

by 박세환

식사 후 부지런히 사과를 깎던 오후

칼이 내 손을 찔렀다.

아이들에게 주기 위해 급하게 자르다 순간 손이 빗나간 것이다.


쿡~ 쑤시는 통증과 함께 얼른 손을 감싸 잡았다.

그리고 꽉 누른 후,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하나씩 펼쳐보았다.

꼭 화투 칠 때 무슨 패가 들어왔는지 긴장감 속에 살펴보듯이.


다행히 피는 나지 않았다. 빨갛게 찔린 자국만이 남아있을 뿐

만약 칼끝이 날카로웠으면 피가 낫겠지만 우리집 과일칼은 오래돼서 무뎌있었다.

과일 깎을 정도로만 날이 적당이 서있는 칼이라 너무 감사했다.

와이프에게는 피도 안 나오면서 엄살이라고 한마디 들었지만.




고3 때 수능 점수를 가지고 어느 학교를 지원할지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그 당시에는 가고 싶은 학교나 전공보다는 수능점수에 맞춰서 가던 시절이었다.

내 점수는 중간 정도로 학교 인지도를 선택할지, 아니면 전공을 선택할지 고민이 되었다.

아빠와 함께 의논하던 중, 결국은 훗날 먹고살기 위해 전공을 택해서 지원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니 만약 내 점수가 조금 더 높았으면

지금과 같이 평범하지만 취업하기 수월한 적성에 맞는 직업을 갖기 어려웠을 것이다.

수능점수가 아까워서 전공보다는 조금이라도 남들이 보기에 인지도가 높은 학교를 지원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 같이 공부 머리 없는 사람한테 수학과나 생물학과 같이 어려운 전공은 진짜 적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때로는 더 나은 점수, 스펙보다는 나에게 맞는 적당한 수준이 좋은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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