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니가 내 속을 알아?

평가 금지

by 박세환

어렸을 때 엄마는 치약과 로션은 꾹꾹 눌러가며 쓰신 후 반을 갈라 남은 것이 있는지 확인하셨다.

그런 것이 귀찮아 보였던 나는 결혼과 함께 작은 사치를 하고 싶어졌다.

그것은 바로 치약과 로션만큼은 잘 나올 때까지만 쓰고 새것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솔직히 돈이 많이 드는 사치도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와이프 J가 말했다.

'로션 좀 끝까지 쓰라고. 아직 많이 남아있다고'


나는 투덜거렸다. 아무리 펌핑을 해도 안 나오고 뚜껑을 열어봐도 손에 살짝 묻히는 정도라고.

건선이 있는 나로서는 로션을 듬뿍 얼굴에 바르고 싶었다.

그래야 뭔가 얼굴이 촉촉해지면서 부드러워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와이프는 결국 로션 배를 가르며 내 앞에 디밀었다.

이것 보라고. 안에 많이 남아있는 거 안 보이냐고.

와이프 말대로 속에 가득히 로션이 남아있었다.

꼭 로션이 나 여기 있다고. 나 좀 써달라고 항의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름대로 상대방을 평가한다.

이 사람은 이 정도, 저 사람은 저 정도 까지겠지 생각하며

우리는 알게 모르게 점수를 매기고 관계에 선을 긋는다.


그런데 나도 나에 대해 잘 모르는데 우리가 어떻게 상대방을 평가할 수 있을까.

우리가 보지 못하는 저력을 가지고 있을 상대방을 함부로 평가해서는 안된다.

언젠가는 그 사람의 진면목을 보며 아쉬워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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