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플렉스를 마주한 날

by 박세환

나에게는 건선이 있다.

몸은 괜찮은데 두피가 심하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씩 마음이 움츠려든다.

미용실 가는 날.


나의 치부를 보여주는 느낌이랄까.

머리 자르는 중에는 마음이 겸손해진다.

두 손을 모으고 한 달 동안 잘못했던 일들을 회개한다.


어렸을 때 이런 생각도 해봤다.

미용사와 결혼하면 좋겠다는.

아니면 와이프가 미용 기술이 있던가.


현재 와이프는 내 머리에 관심이 없다.

아이들과 자기 미용 챙기기에 바빠서.


어느 날 딸 HL이 부른다.

생일선물로 받은 장난감 미용기구를 두 손에 든 채.

역할놀이다. 미용사와 손님으로.


졸지에 손님이 된 나는 딸 앞에 앉았다.

혹시 내 두피를 보고 뭐라 하면 어떡하지.

하지만 그건 기우여다.


내 머리를 조몰락조몰락 만지는 딸은 신나 했다.

동시에 나도 마음의 평안함을 느꼈다.

누군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만져주는 느낌이 이렇게 좋을 줄이야.

미용실에서는 느껴 볼 수 없는 기분.


앞으로 미용실 놀이를 자주 할 것 같다.

딸이 원해서가 아니라 내가 원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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