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에는 담대하게

by 박세환

잠결에 들리는 둘째 HL의 울음 섞인 외침

"목이 아파, 목이 아파."


침대로 가보니 딸이 인상을 쓰며 울고 있다.

아마 목에 담이 온 듯.

어디가 아픈지 만지려고 하니 자지러지게 운다.

"만지지마. 아파."


아픈 딸을 둘러업고 동네 한의원으로 갔다.

선생님도 만져보더니 담이라고 한다.

6살 아이가 담이라니.


약을 먹고 따뜻한 온열기에 기댄 채 푹 잠든 딸

기절한 듯 푹 자는 딸을 보며 빨리 낫기를 기도했다.

그렇게 주말을 침대에서 보낸 딸은 다음날도 마찬가지였다.


"목을 움직일 수 없어."

이 말과 함께 하루종일 누워있으려는 딸

조금만 움직여도 아프다고 한다.

그러면서 옆에 있어달라고 내 손가락을 꼭 붙잡는다.


이때 와이프의 등장

"조금 아파도 일어날 수는 있어. 한번 일어나 보자."

나보다 담대한 와이프는 딸에게 다가가 설득하기 시작했다.


나 같으면 아프다고 우는 딸에게 그렇게 하지 못했을 거다.

맘이 약해서.

그리고 계속 설득하는 와이프를 보며 꼭 저렇게 까지 해야 되나 하는 생각


하지만 잠시 후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울면서도 조금씩 일어나는 딸

그리고 혼자서 화장실도 간다.

목을 한쪽으로 기운채.


만약 이렇게 안 하고 계속 누워있었으면

상태가 더 안 좋아졌을 거라는 와이프의 말.

몸을 살짝이라도 움직여줘야지 빨리 낫는다고 한다.


내 방식대로 계속 누워있었으면 더 아팠을 거라는 말에 마음이 뜨끔하다.

어떻게 보면 딸을 위한다고 하면서 나 편하자고 방치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담에는 담대하게 나아가야 된다는 와이프의 말을 떠올리며,

내 앞에 놓인 담은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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