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한번 해본다는 것

by 박세환

늦은 저녁

경비실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수도관 고장으로 뜨거운 물이 내일밤까지 안 나온다는 것.

어쩔 수 없이 찬물로 고양이 세수와 손발만 씻었다.


다음날 오전

샤워가 하고 싶다.

머리도 감고 싶고.

혹시나 해서 샤워기를 틀어보니 찬물이 나온다.


크게 기대한 건 아니지만 고민에 빠졌다.

찬물로 머리를 감을까, 아니면 오늘은 패스를 할까.

매일 머리를 감는 나로서는 전자를 선택했다.


그런데 뭔가 물이 약간 미지근해진 거 같다.

손바닥이 찬물에 적응해서 그런 건가.

보통 수영장 들어갈 때 처음에는 차갑지만 시간 지나면 괜찮은 것처럼.


그냥 해봤다.

수도밸브를 평소보다 더 뜨거운 쪽으로.

그러자 물 온도가 조금씩 바뀌더니 뜨거운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온다.


이럴 수가.

방금까지 찬물로 머리를 감을까 말까 고민했는데

이렇게 뜨거운 물이 나오다니.


세상을 살다 보면 알 수는 없지만

그냥 한번 해본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다.

그 한 번으로 인생이 바뀔 수도 있으므로.

아니면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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