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에서의 질주

by 박세환

무더운 여름날

급하게 걷다 끊어진 쪼리.

왼쪽발을 질질 끌다시피 하여 집까지 전진했다.


그러다 만난 복병.

넓게 펼쳐진 횡단보도.

평소 같으면 아무 생각 없이 가뿐하게 건넜겠지만

끊어진 쪼리를 끌고 걷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신호등의 녹색불이 깜빡이며 시간이 점점 줄어든다.

아직 반도 안 왔는데.

그냥 맨발로 걸을까 싶었지만 이글이글 타오르는 아스팔트가 장난 아니다.

그리고 신경 쓰이는 사람들의 시선.


순간 다리가 불편하신 분들이 생각났다.

그들은 횡단보도 건널 때 어떤 기분일까.

빨리 건너고 싶지만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는 몸.


뭔가 간접 체험한 기분이다.

괜히 그들에게 미안해진다.

운전 중 빨간불로 바뀌었는데도 천천히 걷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끔 화가 났기에.

혹시 그들도 몸이 불편하지는 않았을까.


무사히 횡단보도를 건넌 후 끊어진 쪼리를 보며 생각했다.

횡단보도를 마음껏 건널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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