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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로 돌아오는 순간

by 박세환

회사 복후비 몇 달 치를 모아 비싼 음식점을 갔다.

내 돈으로는 먹기 아까운 소고기 오마카세.

고급스러운 실내 장식에 맞게 화려한 음식이 나왔다.


맛도 맛이지만 처음 받아보는 극빈 대접.

내가 뭔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

물론 음식값에 이런 서비스도 포함되어 있으리라.


1시간 동안의 코스 요리가 끝나고 흡족한 마음으로 가게를 나왔다.

그리고 복도 끝 화장실에 들어가는 순간 느꼈다.

다시 현실로 돌아왔구나.

화장실의 나프탈렌 냄새와 하얀 변기들이 나를 반겼다.


그리고 화장실 창문 앞에서 담배를 피우다 눈이 마주친 요리사.

내게 요리 설명해 줄 때의 웃는 눈빛은 거기에는 없었다.

얼굴을 휙 돌리는 요리사를 보며 이게 현실임을 느꼈다.


우리는 가끔 착각을 하고 산다.

누가 잘해주면 내가 잘난 줄 아는 착각.

하지만 그건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그 사람이 원래 착하던가, 아니면 내가 대가를 지불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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