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날 교회 가는 길.
와이프에게 얘기했다.
"현금 있어? 밥 먹어야 되는데."
우리 교회 식권 발권기는 카드가 안된다.
현금만 가능하다.
그래서 현금이 있어야 밥을 사 먹을 수 있다.
와이프는 지갑을 열고 이리저리 찾는다.
"카드만 있어. 현금이 안 보이네."
주로 카드만 쓰는 요즘은 현금 쓸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때 뒷자리에 앉은 9살 첫째 아들이 얘기한다.
"내 가방에 현금 있어."
자랑스럽게 신나 하는 아들이게 웃으며 한마디 했다.
"그건 현금이 아냐. 헌금이지."
매월 초 한 달 치 헌금을 가방에 넣어두는데 그걸 얘기하는 것이다.
내가 말해놓고도 곰곰이 생각해 봤다.
현금과 헌금의 차이는 무엇일까.
무종교인 사람에게는 없을 차이가 우리에게는 있었다.
단순히 같은 돈이지만 헌금으로 생각하는 순간 그건 내게 아닌 것이다.
올려드려야 되는 예물이 되는 것이다.
돈뿐만이 아니라 내가 지금 드려야 될게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하루이다.